산 그림자 속으로

Photo by Kim Dong Won
충주호에서


배 한 척이 강을 가고 있었다.
두 사람이 노를 저어 배를 밀고 있었다.
산이 강으로 그림자를 길게 눕히고 있었다.
조금만 더 가면 배는 산그림자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갑자기 강으로 내려가 배를 타고 나도 산그림자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산을 오를 때면 항상 창자끝의 숨까지 모두 몰아내며 헉헉 거렸던 기억이다.
바로 그 산을 배를 타고 여유있게 노를 저어
산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대신해보고 싶었다.
산그림자의 볼록한 봉우리 쪽으로 배를 저어
산꼭대기 부분에 배를 세우고
흔들흔들 흔들거리며 뒤뚱거리고 싶었다.
그러면 아주 재미날 것이다.
산그림자의 한가운데로 배를 몰아
녹빛 진한 산의 가슴에 코를 묻고
흥흥거리며 잠시 눈을 감고 싶었다.
그러면 산내음이 확 풍길지도 모른다.
산그림자 드리운 강에 배를 띄우고 노를 저어가면
그렇게 즐거움이 남다를 것 같았다.
산을 오를 땐 힘들었는데
배를 저어 산그림자 속으로 들면
산과 즐겁게 놀 수 있을 것 같았다.
배를 타고 노를 저어 산그림자 속으로 가보고 싶었다.

8 thoughts on “산 그림자 속으로

  1. 어떻게 저어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수있을까?
    한번도 안 저어봐서 그런 생각이 드네요.^^
    마구 젓다보면 요령이 생기려나..ㅋㅋ

    1. 잘못 저으면 한자리에서 뱅글뱅글 도는데다
      의외로 노젓기가 상당히 힘들어요.
      그래도 물에서 노는게 역시 즐겁죠.
      고무보트에 태우고 한번 흔들어주면 아이들이나 다큰 애엄마나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거 계속 흔들면서 끌고 다녀야 하는 아빠는 고달퍼.

    1. 배타고 가다 뒤집으면
      아예 산의 품을 파고드는 즐거움까지 있어요.
      그럼 완전히 산에 안기는 거죠.
      근데 수영은 할 수 있는 거겠쥬?

    2. 근데 의외로 수영못하는 사람들이 많네.
      내 시골 친구들은 수영못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한번 물에 들어가면 아예 안나올 정도로 잘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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