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또 샀다

Photo by Kim Dong Won

원래 젠하이저의 이어폰을 갖고 있었으나
월악산의 송계계곡에 놀러갔을 때 잃어버렸다.
한동안 iAudio에 딸려온 번들 이어폰으로 참고 다녔으나
결국은 오늘 다시 이어폰을 사고 말았다.
이번엔 두 개를 샀다.
젠하이저는 역시 Rock 음악에 잘 어울린다.
전과 마찬가지로 MX550 모델로 샀다.
드럼 비트가 제대로 살고 기타의 선율을 선명하게 살려준다.
내 스타일이다.
MP3 플레이어에 딸려온 번들 이어폰은 이상하게
원래의 음악에 이불을 한겹 덮어놓은 느낌이었고,
집에서 굴러다니면 헐쭘한 소니 이어폰은 그 이불이 두겹쯤 되는 느낌이었다.
그녀를 위해 이번에 크레신의 이어폰 중 좀 비싼 것을 하나 샀다.
함께 붙어다닐 때가 많아 같이 음악을 듣곤 하는데
그녀에게 건네 주었던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어보니
그런 이어폰을 아무 생각없이 건네준 것이 못내 미안했다.
크레신의 이어폰은 LMX-E700V 모델이다.
보컬 부분이 아주 선명한 것이 특징이다.
집이 좁아 오디오는 꿈도 못꾼다.
그러다보니 모든 것을 자꾸 작은 것으로 장만하게 된다.
그렇긴 하지만 사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다보면
때로 이 음악에 이런 부분이 있었나 싶은 부분도 귀에 들어온다.
송골매의 ‘처음부터 사랑했네’를 들을 때
중간의 연주 부분에서 귀를 선명하게 끌어당기는 기타 뜯어내는 부분이 그에 해당된다.
음악은 같을텐데
이어폰에 따라 소리가 너무 차이가 난다.
생각해보니 음악이나 미술은 만들 때도 그런 차이가 나지 않을까 싶다.
좋은 악기에, 좋은 녹음 시설이면 아무래도 더 좋은 소리의 음악이 나오지 않을까.
좋은 붓에, 좋은 물감이면 아무래도 더 좋은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작곡과 구도의 선에 이르면 기계는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하겠지만
그게 소비자의 손으로 넘어가기 위해 가공되는 과정으로 가면
기계가 말못할 영향을 미치는 것 같고,
그걸 소비하는 선에선 더더욱 큰 차이가 생기는 것 같다.
그나마 글을 쓴게 다행이다.
쓸 때나 읽을 때나 별로 기계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아서이다.
그래도 간만에 그나마 쓸만한 이어폰으로 음악들으며
음악을 음악처럼 들어주는 것 같아 그래도 기분좋았다.

4 thoughts on “이어폰 또 샀다

    1. 정말 음악이 다르더라.
      여직 막을 하나 씌운 상태에서 들은 거나 마찬가지였다는 생각이 드네.
      어젯밤에는 졸려서 자려고 했는데
      새로운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니까 잠이 깨더라.
      그래서 또 일했지 뭐…

    2. 크레신도 괜찮다고 하더라. 어떤 사람은 뱅앤올룹슨의 A8보다 이게 더 낫다는 사람도 있고… 어쨌거나 락에는 젠하이저가 더 나은 것 같다. 오늘 내가 사운드좀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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