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끝자락이다.
항상 시작의 자리는 그 느낌이 설레임으로 고개를 들고
그 끝자락은 약간의 슬픔을 동반한채 마무리된다.
이유는 모르겠다.
마당의 파라솔엔 5월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장미가
이제 그 끝자락에서 꽃잎을 한잎 두잎, 나뭇잎에 곁들여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때로는 한때 제 몸이었던 넝쿨장미의 그늘 속에,
또 때로는 그 넝쿨 장미의 사이사이를 비집고 내려온
손바닥 만한 양광의 터에 몸을 눕히고 꽃잎이, 나뭇잎이 말라간다.
파라솔 위에 몸을 눕힌 나뭇잎은
처음 시선을 마주했을 때의 느낌은 슬픔이었지만
계속 들여다 보니 아주 편안해 보였다.
마지막이란 슬프면서도 한편으로 편안한 것일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장미의 그 화려한 꽃잎엔 삶의 흔적이 여실이 남아았다.
올해는 진딧물 약이 아주 효험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와중에서도 살아남아 장미의 여린 꽃잎을 파먹으며 삶을 이어간 것이 분명하다.
꽃잎 하나가 지상으로 내려올 때
그들의 삶까지 모두 끌고 함께 내려와 버렸다.
항상 장미를 볼 때면 그 화려함 때문에
일상의 비루함에 대해선 한번도 생각이 미친 적이 없었지만
그 끝자락의 꽃잎 하나는
장미의 아름다움 역시
삶의 한가운데 있었음을 일러주고 있었다.
햇볕 속에 꽃잎이 말라간다.
한때 꽃의 아름다움을 키우고 양육했던 햇볕이
이젠 그 아름다움을 파삭파삭하게 말려
지워지지 않을 기억으로 진한 채색을 덧입히기 시작했다.
햇볕에 몸을 말리고 있는 꽃잎의 곁에서
하루살이 한마리가 꽃꽃한 자세로 삶을 마감한채 함께 몸을 말리고 있었다.
정지된 그들의 시간 옆으로 5월의 마지막 시간이 무심히 흘러간다.
마른 몸도 여럿이 몸을 부비고 있으면 그 느낌이 따뜻하다.
때로 서로 부빌 수 있는 체온의 따뜻함보다 더 큰 위안은 없다.
2 thoughts on “5월이 간다”
개인적으로는 4월을 더 좋아해요.
Deep Purple의 April이란 노래를 좋아하기 때문이죠.
April is a cruel time/Even though the sun may shine/And world looks in the shade as it slowly comes away 라는 가사로 시작합니다. 노래가 시작하기 직전의 드럼 비트가 온몸을 짜릿하게 만들죠.
4월에 아내랑 여행 갈 때 이 노래를 차 속에서 틀고 가면 분위기가 끝내주죠.
마치 차가 이 노래의 선율을 타고 미끄러지는 기분이거든요.
5월이 또 가는군요. 참 생기를 불어넣는 달인데.^^
이제 본격적인 여름준비 돌입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