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 나무, 그 열매와 꽃

시골에 내려갈 때마다
무수한 나무와 풀을 접하지만
대부분은 이름도 모르고 지나친다.
대추나무, 밤나무 등은 나도 그 모습을 마주하면
그 자리에서 이름을 불러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흔하다.
이번에 내려갔다가 석류를 만났다.
그 이름을 제대로 불러준 것은 한참 뒤였다.
그나마 요즘은 사진이라도 찍어둘 수 있는게 다행이다.

Photo by Kim Dong Won

석류 열매이다.
아직 완전히 익은 것은 아니다.
9, 10월이 열매의 제 철이라고 하니까
그때면 색깔이나 모양이 다를 것 같다.
하지만 이름을 알고 나니
마치 석류의 절반은 알았다는 느낌이다.

Photo by Kim Dong Won

두 개가 서로 등을 부비고 있으니
느낌이 다르다.

Photo by Kim Dong Won


석류꽃이다.
내가 이번에 본 석류처럼
많은 자연이 그 이름으로 먼저왔다가
정작 그 앞을 지나칠 때면
그냥 나무나 꽃이라는
두루뭉실한 통칭으로 묶여서 지나가곤 한다.
하지만 자주 그들 곁으로 다니다보면
점점 더 그 자리에서 이름을 불러줄 수 있는 경우가 잦아지겠지.
이름을 부르며 다니면
나무와 풀이 더 정겹고 반갑다.
이름을 불러주면
꽃으로 피어나 열매로 영글 때까지
그들이 살아가며 겪었던 한해의 태양볕과 여름날의 소나기에 대해
어떤 소중하고 귀한 얘기를 들려줄 것만 같다.
가을에 석류가 익을 때
그 곁을 지나치게 되면
조용히 귀를 기울여 보련다.
석류의 맛은 어떨까 그것도 궁금하다.
하지만 내겐 맛보다
담너머로 얼굴을 맞대고
뉘집의 마당을 지켜온 석류와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 더 행복하다.

2 thoughts on “석류 나무, 그 열매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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