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사진을 찍다 보면
사진이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진은 그냥 또다른 세상이어서
그것을 곧 세상으로 착각하는 순간
세상을 왜곡하거나 은폐시키게 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하지만 사진이 세상으로 향하고 있으면서도 그 세상에 귀속되지 않고
또다른 세상을 창조할 수 있는 그 생성의 비밀에 초점을 맞추면
우리의 삶에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이번 사진은 아마 손가락으로 꼽자면
열손가락을 서너 번 접었다 폈다를 반복해야할 정도로
그 걸음이 잦았던 한강변에서 찍은 것이다.
나는 청담대교의 아래쪽,
청담동으로 빠져나가는 통로의 위쪽으로 마련된
작은 쉼터로 올라가 있었다.
때문에 평소와 달리 나는
한강을 수평으로 마주한 것이 아니라
약간의 높이를 확보하고 한강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런 연유로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시선을 조금만 들면 거대한 다리의 상판이
시야를 시커멓게 가리고 있었다.
그곳에선 청담대교를 오가는 지하철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그러나 카메라의 렌즈는
그 둔중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피하여
교각과 교각의 사이로 시선을 들이밀고
한강에 떠있는 유람선과 멀리 배경을 이루는 강북의 건물들로 향하며
여기에 흐린 날씨의 부족한 빛이 적당히 그 윤곽을 흐려준다.
그러니까 사진은 모든 것을 담으려 하지 않는다.
사진은 대상을 취하여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변을 버리면서 얻어진다.
주변의 모든 것을 다 담으려 욕심을 부리는 순간 사진은 없다.
그건 사진이 아니라 기록이 된다.
결국 사진의 비밀은 얼마나 잘 버리느냐에 있는 셈이다.
그렇게 버릴 때 매일 나가던 한강에서
또 한장의 사진을 얻게 된다.
우리의 삶도 이와 같지 않을까 싶다.
때로 삶은 버릴수록 더욱 삶같아지며,
버릴수록 더 많은 삶이 얻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