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가깝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이긴 하지만
능동에 있는 어린이 대공원을 참 무던히도 자주 드나든다.
지금은 그녀와 함께 일하고 있지만
IMF 나고 사무실 정리한 뒤에는 한동안 떨어져서 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때 그녀는 충무로에서 남의 사무실 한귀퉁이에 자리를 얻어 더부살이를 했고,
나는 집에서 일을 했었다.
자연히 아이와 같이 있는 시간은 내가 더 많았고,
그때 걸핏하면 아이와 함께 어린이 대공원을 찾았었다.
초등학생까지는 입장료도 없다.
한번은 아이를 데리고 롯데월드를 간 적이 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아이는 어린이 대공원이 더 좋다고 했다.
아이가 다 커서 이제는 걸음을 뚝 끊었지만 나는 사진을 찍으러 종종 그곳에 들린다.
놀이동산을 둘러보니 그저 500원짜리 아기차면 만족스러웠던 우리 아이의 옛생각이 났다.
그리고 한편으로 놀이동산을 돌아보며 그곳의 신나는 즐거움을 한자리에 모아보고 싶어졌다.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빙글빙글 돌아간다.
회전그네는 빙글빙글 돈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그네는 빙빙 돈다.
타고 있으면 정말 하늘이 빙빙 돈다.
회전그네는 어지럼을 달래며
잠시 휴식중.
거꾸로 뒤집는다.
그러나 평상시에는 상당히 꼿꼿하다.
다른 것들이 엿가락처럼 휘어지며 몸을 비틀어도
아폴로는 그 꼿꼿함을 버리지 않는다.
아득히 올라간다.
아득히 올라가면 대공원의 바깥으로 시야가 트인다.
대공원 안에 들어와 공짜로 바깥 세상을 구경할 수 있다.
기계적 높이가 삭막하다면
그 높이가 숲에서 솟는다고 상상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누군가 저 위에서 내려보고
나는 올려다본다.
둘의 시선이 저기 모노 레일에서 만났을까.
그러나 역시 놀이동산의 꽃은 이 88열차가 아닐까 싶다.
88열차를 올라간다.
딸깍딸깍 소리를 내며.
수직의 하강이 저기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수직으로 하강했다
수직으로 솟구쳐 오르고.
다시금 내려와선
앞으로 몸을 뻗는다.
이어 몸을 한번 비틀고 나면
방금 지나온 길이 관문에 되어
우리를 기다리고
그 관문을 지나면
이제 눈깜짝할 사이에 도착하는 우리의 종착역이 있다.
그렇다면 놀이동산의 그 신나는 즐거움은
빙글빙글 돌리거나 빙빙 돌리고,
때로는 거꾸로 뒤집으며,
또는 아득한 높이를 주거나,
수직으로 추락했다 솟구쳐 오르고,
감거나 비트는데서 얻어진다고 결론내릴 수 있겠다.
2 thoughts on “그곳에 가면 신나는 즐거움이 있다 – 능동 어린이 대공원”
희한한게요 어른이 되었어도 회전목마를 타면 공주님이 된듯한 착각에 빠져요.ㅋㅋ 올해도 가서 타보고 싶었는데 아이들 가을소풍이 하필 모두 동물원이어서 제가 가고싶다고 다시 가잘수도 없어 못갔답니다. 가을에 가면 동물원은 참 아름다운데.^^
다른 무엇보다 싸서 좋아요.
입장료 어른 1500원, 11월부터는 1000원.
원래는 900원이었죠.
롯데월드는 입장료만 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