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2

Photo by Kim Dong Won
보성학교에서

내 생각에 가로등은
물고기의 일종이 아닌가 싶다.
낮에 잠을 자는 것은 분명한 듯 한데
아무래도 눈을 뜨고 자는 것 같기 때문이다.
물고기가 동그랗게 눈을 뜨고
밤새 흐르는 물로 자신의 잠을 적시듯이
가로등은 그날그날의 하늘빛으로 눈을 적시며 잠을 자고 있는 것일까.
눈을 감고 자는 우리의 잠이야 항상 까맣지만
눈을 뜨고 자는 잠은
밤새 물에 씻기며 투명해지기도 하고,
또 그날그날의 노을빛에 씻기며 날마다 색이 달라질 것만 같았다.
아마도 그런 잠은 유난히 노을이 고운 날이면
조금이라도 더 노을빛에 적셔두고 싶지 않을까.
가로등 너머로 멀리 저녁빛에 물든 하늘이 보였다.

Photo by Kim Dong Won
보성학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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