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기우는 저녁 시간에
실상사를 둘러보았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동안
해는 서쪽으로 넘어가 버렸다.
막 산너머로 하루해를 넘긴 서쪽의 산들은
제 그림자를 길고 넓게 펼쳐
실상사를 모두 저녁 그림자 속에 묻어버렸다.
어디나 산그림자가 빛을 거두어간 저녁이었다.
그림자속을 걸어 실상사를 나온다.
멀리 동쪽의 산위에 저녁 햇살이 걸려있다.
방금전 서쪽을 넘어간 저녁 햇살이
동쪽의 높은 산머리에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다.
와와 거리며 몰려간 서쪽 산의 그림자가
산을 거지반 그림자 속에 묻어가고 있었지만
아직 산을 다 묻지는 못했다.
밀려온 그림자의 물결 위로
동쪽의 산이 목을 내밀고
저녁빛에 반짝 얼굴을 빛냈다.
가끔 해가 진 뒤에
동쪽을 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글프고 아쉽게 서쪽을 넘어간 햇살이
내 등뒤에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6 thoughts on “산위에 걸린 저녁 햇살”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산 위의 저 태양의 잔꼬리를 잡으러 가까이 가지만
그 꼬리가 자꾸 짧아 지는 것을 느낍니다. 그냥 그 자리에서 보는 것이 제일
많이 보는 것 같아요.
헉헉 거리며 뛰어 올라가 꼬리 잡으면 해가 차마 지지 못할 듯도. ㅋㅋ
실상사가 남원에 있었군요.
겨울 해는 생각보다 짧아 아차 하는 사이에 주위가 어두워지는 법인데,
다들 바라보는 서산이 아닌 동산에 정을 주시는 마음이 특별하신 것 같네요.
전 여기 가면 어디가 어딘지 헷갈리더라구요.
강원도는 살던데라 훤한데 역시 여행지는 잘 알 수가 없어요.
산에 걸린 저녁빛은 하도 예뻐서 다들 저절로 그리로 눈에 가더라구요.
‘해넘이’ 쓸~쓸~합니다.
저렇게 산자락에 걸린 저녘은 또 무지무지 써늘하며 쓸쓸함이 황망해지는…
어딜 그렇게 다니십니까, 아직도 물어 볼 길들이 그리 많습니까~? ^^
겨울에는 더 쓸쓸하죠.
길은 물어본다기 보다 길따라 흘러가는 거죠… 마치 물처럼.
잘 지내죠? 플님이 잠깐 서울온다는데 바빠서 얼굴도 못봐요. 당분간 일에 치일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