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에 물결이 인다.
강물이 경사면을 따라 미끄러지면서
발길을 재촉하면 그때 물결이 인다.
그 물결은 강물의 것이다.
강물은 물결을 안고 저 혼자 뒤척이며 길을 간다.
바람이 강물 위를 뛰놀면 그때도 물결이 인다.
그때는 물결이라기보다 사실은 바람의 발자국이다.
바람의 발자국은 강물의 것이 아니라 바람의 것이다.
바람은 발자국을 찍으며 강물 위에서 저 혼자 논다.
물결도, 바람의 발자국도 아닌
물과 바람의 떨림이 있을 때도 있다.
강과 바람이 만나 뜨거운 가슴으로 껴안았을 때,
강 표면이 떨린다.
물결도, 바람의 발자국도 아닌
뜨거운 포옹으로 강물이 떨릴 때가 있다.
그 강변의 모래밭엔
모래와 바람이 뒹굴면서 남겨놓은
뜨거웠던 포옹의 문양이 남아있었다.
강가에 가면 물과 바람의 포옹에,
모래와 바람의 포옹에 물든다.
섬진강에 가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2 thoughts on “물결과 바람의 발자국”
저 모래밭 속에는 물과 바람의 포옹으로 ‘재첩’이라는 2세가 자라고 있습니다. ㅎㅎ
그렇다면 아주 자잘하고 맛깔나는 사랑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