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과 바람의 발자국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12월 11일 경남 하동의 섬진강변에서

강물에 물결이 인다.
강물이 경사면을 따라 미끄러지면서
발길을 재촉하면 그때 물결이 인다.
그 물결은 강물의 것이다.
강물은 물결을 안고 저 혼자 뒤척이며 길을 간다.
바람이 강물 위를 뛰놀면 그때도 물결이 인다.
그때는 물결이라기보다 사실은 바람의 발자국이다.
바람의 발자국은 강물의 것이 아니라 바람의 것이다.
바람은 발자국을 찍으며 강물 위에서 저 혼자 논다.
물결도, 바람의 발자국도 아닌
물과 바람의 떨림이 있을 때도 있다.
강과 바람이 만나 뜨거운 가슴으로 껴안았을 때,
강 표면이 떨린다.
물결도, 바람의 발자국도 아닌
뜨거운 포옹으로 강물이 떨릴 때가 있다.

그 강변의 모래밭엔
모래와 바람이 뒹굴면서 남겨놓은
뜨거웠던 포옹의 문양이 남아있었다.

강가에 가면 물과 바람의 포옹에,
모래와 바람의 포옹에 물든다.
섬진강에 가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12월 11일 경남 하동의 섬진강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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