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연못에게 속삭였다.
나는 너한테 많이 미안해.
한해 내내 네 곁에 자리하고
원없이 목을 축이며
한순간도 갈증없이 살고 있지만
나는 너에게 하나도 주는 것이 없어.
연못이 나무에게 말했다.
아니야, 아니야, 그게 무슨 말이야.
나는 기껏해야 한길의 깊이밖에는 가지질 못했어.
하지만 하늘로 한껏 높이를 키운 네가
네 그림자를 내 품에 드리울 때마다
나는 너의 높이만큼 깊어져.
너는 높이로 내게 와서 깊이가 되고 있어.
네가 내 년에 내 품의 물을 맛난 젖처럼 빨며 더 자라고 나면
나도 내년에는 또 그만큼 더 깊어질 거야.
둘의 얘기를 듣고 있노라니
우리도 한때는 그저 연못가의 나무였는데
그러다 그나마 얕은 깊이를 가진
연못이 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우리 곁의 작은 나무 하나가 자랄수록
우리도 깊어져 갈 것이다.
4 thoughts on “연못과 나무”
그렇네요. 진짜
기발합니다.
위의 댓글 잘 잡아준다, 는 내용도 기발하네요…기발 기발 ….
그럼 나무는 말했겠죠.
아니야, 아니야, 절대 그렇지 않아.
네 덕택에 이 망할 세상 홀라당 뒤집어 버릴 꿈을 꿀 수 있은 걸.
연못이 하는 말
‘나무야 미안해 맨날 물구나무 세워서 …’
ㅋㅋ 기발하십니다.
물구나무 세우고 발을 잘 잡아주긴 하는 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