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길에 있는 등구재를 넘어
전북 상황마을에서 경남 창원마을로 넘어간다.
등구재를 넘자 지리산이 손에 잡힐 듯 눈앞에 서 있다.
고개를 올라오다 만난 사람이 미리 알려주었다.
고개를 넘어서면 지리산이 반겨줄 것이라고.
그가 일러준 설명 때문에
산봉우리도 모두 그 이름을 하나하나 짚어낼 수 있었다.
가운데 눈덮인 봉우리들이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그 중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가 지리산의 주봉인 천왕봉이다.
그리고 그 왼쪽이 중봉과 하봉이다.
오른쪽은 세석평전이다.
둘레길을 내려가는 동안 내내
저만치서 지리산이 내게 손짓하고 있었다.
언젠가 가게 되리라.
나를 부르던 그 손짓에 발걸음을 맡기고,
거친 호흡 속에 세상을 모두 다 뱉아 내며,
한 걸음 두 걸음 힘겨운 걸음으로 몸을 밀며.
2 thoughts on “지리산의 손짓”
지리산에는 6번을 다녀왔네요.
눈 온 다음날 천왕봉에 올라 너무 피곤해서 한 숨 잤다가
얼굴이 새카많게 타서 내려오기도 했고
야간 산행을 하거 2시에 도착했더니 새벽에는 갈 수 없다고
3시 반경에 열어주어 천왕봉 바로 아래에서 보기 힘들다는 일출도 보고
한여름에 올라 내려오는 길에
계곡물에서 누가 오래 버티나 하다 얼어 죽을 뻔도 하고
즐거운 추억들이 많은 곳이네요.
동호회를 이끌면서 엠티는 무조건 산!이라는 명제하에
여학우들 데리고 올라가면서 동기애를 다지고, 힘들어 하면 제일 뒤에서 밀면서
‘야들아 지금 안 올라가면 다시는 못와… 네 남편들과는 대부분 바닷가로 가야지’
전 어렸을 적 수도 없이 올라다녔던 동네 뒷산을 제외하면 어떤 산도 여섯 번은 오른 적이 없는 듯 싶어요. 지리산은 노고단까지만 딱 한번 갔었죠. 언제 단단히 차비해서 내려가 봐야 겠어요. 지리산은 저한테는 내려가는 것만해도 일이긴 일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