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암호 강변의 작은 웅덩이에
들풀이 하나 살고 있었죠.
겨울이 닥치기 전까지만 해도
웅덩이의 물은 가끔 들풀의 온몸을 어루만지며
그럭저럭 사이좋게 지내고 있었죠.
바람의 연주회가 있는 날이면
그 선율에 몸을 싣고
둘은 온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흥을 곁들이곤 했어요.
그러나 찬바람 불고 날씨가 가라앉던 어느 날,
웅덩이의 물은 마치 죽일 놈이라도 되는 듯
들풀의 목을 움켜 쥐더니 목을 조였어요.
아마도 분을 참지 못한 일이 있었던 듯 보였어요.
바람의 연주회도 그 분을 풀어주진 못했어요.
이제는 바람의 연주회가 마련되어도
물은 한껏 조인 들풀의 목을 풀지 않았고,
들풀은 그저 제 몸만 바르르 떨 뿐이었죠.
그래도 그 분이 평생을 가지는 않을 거예요.
겨울 한철 제 분에 못이겨 들풀의 목을 조이긴 해도
아마도 봄이 오면 또 그 손의 힘을 풀고
둘은 옛날의 사이로 돌아가고 말 거예요.
여름 넘기고 늦가을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참고 살 수 있는 것이 분이었는데
겨울은 내 속의 분을 참을 수가 없는 계절이예요.
2 thoughts on “얼음과 들풀”
저 웅덩이도 밑에 숨어서 숨이 차나 봅니다.
얼음사이 사이에 숨구멍들이 송송송…
저렇게 보이면 좋지만 보이지 않는 숨구멍들이
얼음 아래서 혼자 심심했는지 친구 만들려고
얼음을 지치는 아이를 빨아들이고는 했지요!
겨울은 원래 물에 한 서너 번은 빠지고 양말 말리려다 오히려 양말을 태워먹고 하면서 지나가는데 요즘은 모든 겨울이 바깥으로 쫓겨나서 그저 겨울을 집안에서 다 보내고 마는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