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듬히 기운 오후의 햇살에
나뭇잎이 물들었다.
계절이 바뀔 때 가을에 물들며 색을 얻더니
빛에 물들자 그 색이 투명해졌다.
색은 투명해지면 더 맑아진다.
빛을 얻으면 색이 맑아지는 셈이다.
사랑할 때 상대는 빛을 낸다.
오래 전 눈앞의 그대는 빛과 같이 환했으리라.
아마도 나는 그때 그대에게 물들었으리라.
그리고 그때 난 내가 온통
투명하게 맑아지는 느낌이었으리라.
사랑에 물든 날의 우리는
오후의 햇살에 물든 나뭇잎 같았으리라.
그 빛이 사그라들고 난 뒤,
우리에겐 이제 투명은 사라지고
색만 남는다.
나뭇잎은 계절에게 색을 얻은 뒤
가끔 빛에 물들어 투명해지고
우리는 먼저 투명해진 뒤
삶에 물들면서 그 투명을 내놓고
색을 남긴다.
2 thoughts on “빛에 물든 나뭇잎”
아직도 두 분의 사진을 보면
투명해 보이데요…뭐…
그거야 뭐 맑은 시인의 영혼 덕택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