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과 눈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월 23일 경기도 팔당의 두물머리에서

무엇으로 허공을 칠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눈은 허공도 칠할 수 있다.
세상을 하얗게 칠한 눈은
허공마저도 하얗게 칠한다.

어둠도 허공까지 까맣게 칠할 수 있다고 나설지 모른다.
하지만 어둠은 허공까지 까맣게 칠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세상의 색을 모두 까맣게 집어 삼킨다.

안개도 허공까지 하얗게 칠할 수 있다고 나설지 모른다.
하지만 안개는 허공까지 하얗게 칠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세상의 모든 색을 하얗게 가린다.

허공마저도 하얗게 칠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눈뿐이다.

4 thoughts on “허공과 눈

  1. 이젠 사진을 찍는 게 아니라, 그림을 그리시는군요.^^
    낙관이나 싸인 없는 두물머리 설경이 정말 죽여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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