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한라산은 시야를 열어주지 않는다.
길을 오르는 내내 온통 나무들이다.
나무는 슬프다.
가는 길을 내내 함께 해주는데도
사람들은 나무가 눈앞을 막았다고 투덜거린다.
그리고 사람들은 답답해 한다.
가다가 올려다 보면
하늘까지 막아선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푸른 하늘이 언듯언듯 내비친다.
나무도 푸르고, 하늘도 푸르지만
나뭇잎이 푸르게 둘러싼 산길에서 푸른 하늘은
마치 푸른 공기처럼 나뭇잎 사이로 쏟아져 내린다.
그러다 나무가 앞을 열어 하늘을 안겨주면
그때 비로소 우리의 가슴은 시원해진다.
때로 우리는 코가 아니라 눈으로 숨을 쉰다.
눈은 깊게 호흡하지 않고 멀리 호흡하려 든다.
한라산을 오르는 중간중간,
나뭇잎 사이로 흐르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멀리 호흡하려는 눈의 버릇 때문이었다.
8 thoughts on “나무 사이, 그리고 하늘”
흐읍….. 싱그런 공기가 느껴지네요
와우 …연두색잎도 몬보는 세월에 눈이 호강하고 가네요
싱그럽습니다 아주 좋아요!!^^
가끔 옛날 사진 들여다보는데..
과거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도 든다는.
한라산 오를 때는 정말 좋았는데..
이야..흐드러지게 쏟아지네요.
그저..멍하니 눈을 살짝 감고 우두커니 서있네여.
우와..정말 아름답다…
이날 한라산을 10시간 동안 걸었다는 거 아니겠어요.
한라산에 다시가고 싶어라.
그래도 이런 신록이 산행에는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어제도 오후 늦게 검단산을 갔다왔는데, 진훍탕길이 이어져
바닥만 보고 오르내려야 했거든요.
한라산의 매력은 보통은 아닌 것 같아요.
제주에 살면 한라산 뻔질나게 갈 듯 싶은데..
큰산은 규모 때문에 그런지 확실히 뭔가 다르더라구요.
눈이 숨 쉬는 거라구요?
아하~ 본다는 게 글쿤요~ ^^
잘 지내시죠?
눈을 감아야 보이는 경우도 있기는 있죠.
가끔 신체 감각이란게 참 오묘하다는 느낌은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