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의 꿈

Photo by Kim Dong Won
한강 선유도 공원에서


의자는 슬펐죠.
왜냐구요?
의자는 그녀가 앉았을 때만 그녀의 자리였으니까요.
그녀가 가고 나면 그때부터 의자는 텅비어 버렸습니다.

의자의 소원은 그녀가 있으나 없으나
그녀의 자리가 되는 것이었죠.

어느 날부터 의자는 소원을 빌기 시작했죠.
바람이 몹시 부는 날이나 빗줄기가 심한 날엔
더더욱 그 소원을 빼놓지 않았어요.
그런 날은 그녀의 빈자리가 더욱 텅비어 보였기 때문이예요.
노을이 곱거나 유난히 하늘이 파란 날에도 그건 마찬가지였어요.
그녀를 앉히고 그 하늘과 노을을 보여주고 싶었으니까요.

어느날 빗줄기가 지나가며
하늘의 선물이라며 무엇인가를 하나 건네고 지나갔죠.
“이게 마음이란 거야.”
빗줄기가 그렇게 말했죠.
빗줄기에 젖을 때 마음은 의자에 녹아들었어요.

이상한 일이죠.
마음을 가진 뒤론
그녀를 이제 마음 속에 담아둘 수 있었어요.
의자는 정말 기뻤죠.
이제 더 이상 그녀가 간 뒤로 텅비어 있을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럼 뭘해요.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자 의자는 알게 되었죠.
마음이란게 그녀의 눈엔 보이질 않는다는 걸.
그저 마음이란게 제 눈에만 보인다는 걸.
언제나 그녀가 앉아 있는 자리,
마음의 의자,
그걸 갖게 되었지만
그걸 보여줄 수 없다는게 의자의 새로운 슬픔이 되어 버렸죠.
그리고 어느날 그녀가 의자를 내려다보며 이제 자신의 자리가 없어졌다며
비참하고 슬프다고 말할 때
그때는 더더욱 슬펐죠.

그날 의자는 뭐했냐구요?
너무 슬퍼서
그냥 하루종일 잠만 잤대요.

Photo by Kim Dong Won
한강 선유도 공원에서

2 thoughts on “의자의 꿈

  1. 통통이님께서 “사진 그만 찍고 빨리 여기와서 앉아라 응??”하는거같네요.^^
    색 조절은 포토샵 효과인가요? 위에것은 위엣것대로 분위기있고
    밑에 사진도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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