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의 미사와 농사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4월 17일 경기도 두물머리의 생명평화미사에서
오른쪽이 조해붕 신부님, 왼쪽은 이상헌 신부님

두물머리의 한강변에선 매일 오후 3시면
예외없이 미사가 봉헌된다.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미사이다.
생명을 구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미사여서 생명평화미사라 불린다.
4월 17일 일요일에도 미사는 예외가 없었다.
이 날의 미사는 항상 일요일에 함께 해주시는 이상헌 신부님과
지난 주에 이어 다시 자리를 함께 해주신 조해붕 신부님이 함께 해주었다.
보통 이 미사의 강론은 신부님들이 가위바위보로 결정한다는 풍문이 돌고 있는데
가위바위보에서 지셨는지 이번 일요일엔 조해붕 신부님이 맡으셨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귀한 말씀이었다.
말씀의 자세한 내역은 잠시 접어둔다.
이날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주변의 풍경이었다.
조해붕 신부님은 이날 아주 인상적인 말씀을 하셨다.
우리 모두 비닐 하우스 성당으로 들어갑시다란 말이었다.
비닐 하우스란 말은 사실 매우 초라하게 여겨지는 말이었지만
신부님이 그 말에 성당이란 말을 덧붙이자
비닐 하우스는 우리들의 인식 속에 뿌리를 내린 초라함을 벗고
갑자기 초라한 곳도 성당이 되면
성스러움의 축복을 받게 되는 듯한 느낌을 불러왔다.
나는 일단 그 말의 위력이 놀라웠다.
성당이란 말이 현실의 초라함을 넘어서는 위력의 놀라움일 것이다.
교회라는 말이 현실에서 가지는 실망감을 수없이 경험한 나로선
그것은 말이 가지는 위력을
정반대의 위치에서 경험하는 놀라운 순간이기도 했다.
말은 그 말을 초라하게 만들기도 하고 놀랍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날 놀라운 것은 미사를 드리는 동안
주변에서 벌어진 풍경이었다.
미사를 드리는 동안
주변에선 농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너무 어수선하여 바로 곁에서 이루어지는 농사 준비를
잠시 미사 뒤로 미루어줄 것을 부탁하긴 했지만
미사와 함께 동시에 그곳에선 농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 농사는 농부들과 도시의 사람들이 함께 하는 텃밭 가꾸기였다.
두물머리에선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에 밀려
많은 농부들이 평생을 함께 해왔던 농사에서 손을 놓고
정부의 회유에 넘어가 그곳을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그곳엔 여전히 농사에서 손을 놓지 못하고 있는 농부들이 있다.
현재 4명의 농부들이 남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곳을 수용하려는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눈엣가시인 농부들이고
농부들의 입장에서 보면 막다른 골목으로 몰린 힘겨운 상황이다.
농부들은 결국 이곳에서 여전히 농사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하여
마음을 함께 나누는 도시인들과 함께
이곳에서 가꾸는 텃밭으로 이곳의 농사에 대한 명맥을 이으려 했고
이날 도시에서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농민들과 함께 텃밭을 일구고 씨를 뿌렸다.
두물머리에서 농사는 단순히 농사가 아니라 4대강 사업에 맞서
이곳을 지키려는 싸움의 하나이다.
나는 두물머리에서 미사와 농사를 동시에 지켜보았다.
그 둘은 내 눈에는 하나였다.

두물머리의 미사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하여
강을 살리기 위해 하늘에 드리는 기도이다.
두물머리의 농사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하여
강변의 생명을 일구면서 땅에 드리는 기도이다.

두물머리에선 지금 두 개의 기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나는 4대강 사업에 맞서
강의 생명과 평화를 지키려
하늘에 기도드리는 미사이며,
또다른 하나는 이곳에 여전히 생명이 있다고 외치며
남아있는 농부들과 도시의 사람들이 함께 드리는
땅에 대한 기도, 바로 농사이다.

지금 하늘과 땅, 그 모두에 드리는 기도가
강을 지키려는 몸부림으로 두물머리에서 매일 봉헌되고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4월 17일 경기도 두물머리 생명평화미사 장소의 텃밭 농사

2 thoughts on “두물머리의 미사와 농사

  1. 미사와 농사. 생명과 평화. 어떻게 조합해도 잘 어울리는 네 단어군요.
    하늘과 땅에 드리는 기도라고 푸신 것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요즘 동원님의 두물머리 미사 지상중계를 듣노라면, 괜찮은 신자가
    탄생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맞죠?

    1. 저는 신자는 아닌 것 같구요.. 그냥 갈 때마다 말씀에 갈등이 없어서 잘 다니고 있는 듯 싶어요. 아마도 4대강 사업 반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그런 듯 싶어요. 다른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으니 그냥 일반적인 미사는 어떨지 잘 상상이 가질 않더라구요. 간 길에 그곳에 있는 일반 미사 자료들도 좀 보는데 그건 기독교와 별반 다르지 않아서 그냥 덮어버리곤 했어요. 제겐 좀 틀을 벗어난 말씀들이 매력인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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