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되고 싶었던 풀

Photo by Kim Dong Won
한강 선유도에서

삶이 삶이 아니다.
얼마나 옹색하랴.
주변의 어디를 둘러봐도 온통 콘크리트 일색이고,
뿌리를 내릴만한 흙은 잘 보이질 않는다.
그런데 풀씨 몇몇이 그 옹색한 삶의 터전에서
뿌리를 내릴 흙을 찾아내고,
그 속으로 뿌리를 뻗었다.
그리고는 뿌리로부터 위로 초록빛 줄기를 뽑아냈다.
그 순간 그곳에서 풀은 더 이상 풀이 아니다.
풀은 이제 그림이 된다.
아마도 풀이 그 옹색함을 마다않고 그곳에 뿌리를 내린 것은
풀이 아니라 그림이 되고 싶어서 였을 것이다.
이제 콘트리트 바닥과 벽은
풀이 제 몸을 모두 이끌고 뛰어들어가 스스로가 그림이 된 화판인 셈이다.
풀은 제가 그림이 됨으로써
콘트리트 바닥과 벽을 화판으로 바꾸는 또다른 변화까지 함께 이룩한다.
풀은 대체로 풀들끼리 얽혀 풀로 평생을 살아가지만
옹색한 삶을 마다않고
그림으로 한 평생을 살다가는 풀도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한강 선유도에서

7 thoughts on “그림이 되고 싶었던 풀

  1. 아… 여행…
    아~저도 가고싶습니다 여행
    가을여행..
    맑고 푸르고 높은 하늘을 실컷 보실것 같아서
    마냥 부럽습니다.
    가을하늘이 담긴 사진한장도 살짝 기대해보렵니다..하하^^:
    저또한 떠나볼까 하는 급 결심이..-_-;

    1. 일 끝나자 마자 줄행랑을 놓을 수 있는 건
      프리랜서의 특권이죠.
      그리고 때로 일을 앞두고 줄행랑을 놓는 것도
      프리랜서의 특권이죠.
      목전에 원고가 있지만
      감성을 더욱 다듬기 위해 여행을 떠났어요.

    1. 떠나셨군요.
      즐거운 여행 되시고 이쁜 추억도 많이 만드세요.
      물론 아름다운 사진들 기다릴게요.^^
       
      참, 제가 늘 다니는길에 대견한 대추나무 한그루가 있어요.
      주택가 큰 골목인데 차가 많이 지나니까 몇년전 아스팔트가 깔렸어요.
      그런데 이듬해 아스팔트와 어느 집 담 사이틈에 대추나무 싹이 나기 시작하더군요.
      지나가면서 ‘저게 과연 잘 자랄까..’싶었는데
      지금은 제 키의 두세배는 더 컸고 대추도 아주 탐스럽게 큰게 열려요.^^
      물론 그 담안에 사는 집주인이 대추나무 뿌리 근처는 비가 잘 흡수되도록 깨주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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