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의 봄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4월 17일 경기도 양수리에서

제비꽃의 봄이 왔다.
철재 난간과 시멘트 블록과 콘크리트 길을 넘어
옹색하게 틈새에 걸쳐있는 흙을
마치 가느다란 줄처럼 타고
제비꽃의 봄이 왔다.
봄은 시멘트와 콘크리트와 철의 세상에는 어디에도 오지 않는다.
봄은 오직 흙의 세상으로만 온다.
누구보다 제비꽃이 그것을 잘 알고 있다.

4 thoughts on “제비꽃의 봄

  1. 흙이 가느다란 줄이 된 세상이네요.
    그 날의 행복했던 과음 속으로도 봄은 왔던 거 같아요. ㅎ
    흙이 다시 대지가 되는 그 날을 위하여….ㅎ

    1. 우린 할 얘기가 많아서 다음에도 대낮에 만나 낮술로 시작한 뒤 밤술로 마무리를 해야 모든게 원활할 듯 싶어요.
      시간되는대로 또 봐요.

  2. 작아서 그런지 다른 화려한 봄꽃들에 비해 마이너처럼 보이네요.
    시선을 잘 받지 못해서 그렇지, 애정을 갖고 바라보는 이들에겐
    소중하게 다가오는 뭔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1. 하필 콘크리트로 덮인 길과 그 옆에 세워놓은 시멘트 블록, 그리고 철재 난간의 사이에 옹색하게 끼어서 피어있는 통에 더욱 눈길을 끌었던 것 같습니다. 그 옆의 넓찍한 밭도 제비꽃의 자리는 못되더군요. 거긴 먹을 채소들 차지였거든요. 그런데도 봄은 제비꽃에게 가장 먼저 와 있어서 특히 제 눈을 가져간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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