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숲길을 걸었다.
이마를 어른거리는 햇볕과 바람은 분명한 봄이다.
햇볕과 바람은 따뜻한 체온으로 품에 안기며
봄이 왔음을 확연하게 알려준다.
그러나 숲은 여전히 겨울이다.
나뭇가지는 모두가 앙상하기만 하다.
우리는 추우면 껴입고 따뜻해지면 벗지만
숲의 나무는 우리와는 반대이다.
추워지면 잎마저 내려놓고 따뜻해지면 푸른 옷을 두껍게 걸친다.
때문에 나무는 새순을 틔우고 나서야 드디어 봄이다.
우리는 봄을 맞았는데
아직 새순이 나기 전의 숲은 여전히 빈가지로 뒤얽혀 있다.
그 숲에 언듯언듯 생강나무의 노란 꽃이 비친다.
이른 봄의 숲에서
노란 빛으로 어른거리는 나무는 예외없이 생강나무이다.
처음에 아무 것도 모를 때,
그 나무는 내게서 생강나무가 아니라 산수유라는 오해를 샀다.
지나가는 사람의 뒤통수를 한 대 때리며
야, 너 산수유 아니냐고 한 꼴이었다.
그나마 너 개나리 아니냐고 하지 않은게 다행이긴 했다.
산수유로 오해를 사는 일은 곧잘 있어 어느 정도 그러려니 했겠지만
개나리로 오해를 사는 일은 어처구니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낯을 익힌 뒤로
생강나무가 얼굴을 내미는 길목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뒤로 생강나무의 뒤통수를 치며
산수유의 이름을 외치는 일은 없어졌다.
생강나무를 알게 되자 봄의 숲에서 만나면
아무리 멀리 있어도 그 노란 빛만으로 생강나무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때부터 생강나무의 노란 꽃은
사실은 꽃이 아니라 생강나무의 마음이었다.
올봄에도 생강나무의 마음이 노랗다.
생강나무는 예전과 달리 이제는 내게 꽃이 아니라 마음을 내민다.
멀리서도 알아보고 반가운 것을 보면
생강나무의 노란 꽃이 마음인 것이 분명하다.
그것이 마음이 아니었다면
나는 그냥 먼거리를 핑계삼아
애써 외면을 하며 모른채 지나쳤을 것이다.
오래 함께 한다는 것은 알고 보면 마음을 여는 일이다.
마음이 열리지 않으면 어쩌다 한번 마주쳐도 모른 척 외면하고 만다.
올봄 숲길을 거닐며 지난 해 봄처럼 마음을 연 생강나무를 만났다.
2 thoughts on “생강나무의 마음”
저는 아직 이 친구의 마음을 받진 못했는데, 부럽습니다.^^
iami님은 아예 산의 마음을 몽땅 다 얻으셔서 그 안에 있는 것들의 마음까지 모두 받고 계신 듯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