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꽃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4월 17일 경기도 팔당에서

냉이가 피었을 때도
사실 봄은 냉큼 그 앞으로 오지 않고 있었다.
냉이를 캐는 동안
등을 스치고 가는 바람끝엔
겨울의 냉기가 남아있었다.
산에서 생강나무의 노란 꽃을 보았을 때도
나는 봄이 왔나 두리번거렸으나
여전히 숲은 아직 메마른 나뭇가지 투성이었고
그건 봄을 맞는 환희라기 보다 겨울의 잔해였다.
진달래가 피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진달래 꽃에서 봄의 미소를 보았으나
진달래는 내게 아직
봄의 그 여린 푸른 손을 내밀지 않았다.
그러다 봄맞이꽃을 보았다.
그날 세상은 온통 봄이었다.
나는 봄의 온기 그 한가운데 서 있었다.
봄은 쉽사리 오지 않지만
봄맞이꽃이 마중나온 날엔
세상의 어디에서나 넘쳐났다.
쳇, 치사하다.
봄은 언제나 봄맞이꽃이 마중해야
그제서야 봄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4월 17일 경기도 팔당에서

4 thoughts on “봄맞이꽃

    1. 생강나무, 진달래 나올 때는 좀 춥다가
      이 꽃이 나올 때쯤 날씨가 많이 따뜻한 거 같아요.
      이 날 이 사진찍을 때는 정말 날씨 따뜻하더라구요.
      근데 요 며칠 또 날씨가 쌀쌀해 졌어요.
      이 꽃이 몰려서 피기 때문에 총총하게 떠 있는 별같기도 해요.

    1. 이름은 그렇게 알고 있는데..
      저도 사실은 꽃 이름에 자신이 없어요…
      어릴 때 강원도에서 보고 자란 꽃이랑
      여기서 만나는 꽃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이런 꽃들은 어릴 때는 전혀 보지 못하던 꽃들이예요.
      나리꽃이랑 개나리, 할미꽃, 코스모스, 진달래.. 이런 것들과 친하게 자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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