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발자국과 바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4월 30일 인천 영종도의 바닷가에서

바닷가에서 소년이 놀고 있었다.
소년이 바닷가에 발자국을 새겨놓으면
파도가 밀려와 모두 거두어갔다.
소년은 발뒤꿈치를 날카롭게 세워
제 무게가 완연하게 실린 발자국을 깊게 새겨주었다.
파도가 신난다고 밀려와 소년의 발자국을 다시 거두어 갔다.
간혹 팔이 모잘라 헛물을 켜기도 했다.

아이는 제 발자국을 찍으며 바닷가를 뛰놀고
파도는 그 발자국을 주워 제 가슴에 품는 재미로 바닷가를 밀려든다.
주을 발자국이 없는 바닷가는 재미가 없다.
발자국이 없는 바닷가는 그냥 파도가 칠 뿐이다.
바닷가는 아이가 발자국을 내주고
파도가 밀려와 그 발자국을 주워갈 때가 가장 재미나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4월 30일 인천 영종도의 바닷가에서

4 thoughts on “소년의 발자국과 바다

  1. 그 소년은 이십년 후에 경험과 감수성으로만 남을 테고. 기억은 하지 못하겠지요.
    모래 내음과 젖은 양말에 대해서요.

  2. ‘가장 재미나다’ 김동원님의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네요
    아이들은 젤루 잼있게 노는걸 잘 아는것 같아요
    때론..어른들중에도 아이처럼 좋은 일등재미를 잘 만들어
    사는 재미를 더하는듯도 하구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_^*

    1. 정말 애들은 대화를 들어봐도 재미나고..
      노는 것도 재미나고 그런 듯 싶어요.
      하긴 우리도 어릴 때는 물에서 물만갖고 하루 종일 잘도 놀긴 했었죠.
      요즘은 게임기가 없으면 잘 놀지를 못하는 듯 싶기도 하고 그래요.
      도토리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아, 전 오늘 술마시러 나가요.
      낮술인가 했는데 오늘은 저녁술로 시작할 거 같아요.
      주대 시인이랑 모두 또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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