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럭의 외침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5월 4일 서울 화양리의 한 횟집에서

항상 우럭의 회를 먹는다고 생각했었다.
그게 아니었다.
우럭이 제 속을 모두 뱉아내며 소리친
우럭의 외침을 먹는 것이었다.
갓토해낸 우럭의 외침으로 술을 마셨다.
숨을 거둔 뒤에 내준 침묵의 속살로 술을 마신 것이 아니라
우럭의 외침으로 술을 마신 탓인지
술끝에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싸우고 말았다.
먹었던 우럭의 외침을
욕지거리로 서로에게 모두 토해내며 싸웠다.
우럭이 싸우고 있었다.
몇번 술먹다가 술에 먹힌 적은 있었지만
우럭에게 먹혀 싸움에 휘말린 것은 처음이었다.
조심하라.
우럭은 죽어서 고이 가지 않는다.
착하게도 하얀 속살의 맛을 우리에게 내주는 것 같지만
사실 그 속살은 그의 외침이다.
속살의 맛에 넘어가 술을 넘기다 보면
우리의 속으로 그의 외침이 하나하나 축적되고
그 외침은 우리들의 거친 싸움으로 다시 세상으로 쏟아진다.
우럭을 먹고 싸웠다면
우럭의 마지막 외침에 휘말린 것이다.
우리들을 모두 우럭으로 만들어
뜻도 모를 우럭의 말들을 내뱉으며 싸우도록 만드는
우럭의 복수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5월 4일 서울 화양리의 한 횟집에서

6 thoughts on “우럭의 외침

  1. 그러게 우럭은 구이로 드셔야 합니다. 저희동네에 불조심이라는 생선구이 전문점이 있는데요, 소금뿌려 석쇠에 구워낸 우럭구이… 새까만 놈을 한점 입에넣으면 정말 끝내주는 육즙이, 다음엔 싸운분들 우럭구이 한번 드셔보세요. 어찌되는지, 궁금…

    1. 명심하겠습니다.
      싸운 사람하고는 다시는 얼굴보기 힘들 것 같구요.. 앞으로 우럭 먹을 때는 꼭 구이로 먹겠습니다.
      오늘도 나가서 사람만나고 왔는데 오늘은 아주 좋았습니다.

    1. 그 말씀이 딱 맞습니다.
      우럭이 버럭하자..
      우럭을 먹은 다늙은 녀석들이 우락부락 얼굴을 붉히며
      싸움질을 해대기 시작했다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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