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가시 투성이 몸을 가졌어요.
내 몸이 당신을 꿈꾸면
당신은 내 가시에 찔려 죽고 말 거예요.
그러니 난 절대로 당신을 꿈꿀 수가 없어요.
사랑을 꿈꾸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내 앞으로 돌아오는 운명,
그게 내가 가진 비극의 운명이예요.
당신도 이미 그것을 알고 있죠.
그래서 절대로 내게 가까이 다가오는 법이 없어요.
나를 본 당신의 몸은
가장 먼저 역력한 경계의 빛으로 자신을 무장하죠.
가시 속에 사랑을 품어야 하는 운명처럼
슬픈 것은 없어요.
하지만 삶이란 참 놀랍죠.
그 슬픈 삶에도 길은 열리거든요.
내 경우 다행히 난 내 몸속의 마음을
바깥으로 내놓을 수가 있어요.
기린처럼 길게 목을 빼고
당신에게 내 마음을 내놓죠.
잠시 당신도 경계를 풀고 나를 반기죠.
꺼내놓은 내 마음과 경계를 푼 당신의 마음이 만나는 자리에
내가 당신에게 내민 꽃이 있어요.
4 thoughts on “꽃기린 2”
그 슬픈 삶에도 길은 열리거든요.
내 경우 다행히 난 내 몸속의 마음을
바깥으로 내놓을 수가 있어요.
김지하의 시 “무화과”와 묘하게 오버랩되는 구절이네요.
꽃없이 열매맺고, 열매속에 속꽃 피는 게 무화과 아닌가 라던…
가시돋아도 그 마음 내놓는 그 꽃이, 무화과보다 나은 거겠죠?
이런 얘기 들으면 무화과가 궁금해져요.
어떻게 열매 속에 꽃을 품고 있는지가 말예요.
눈의 욕망이 강하다고나 할까.
뭐든 자꾸 이중으로 읽히는 나이가 된 거 같아요.
가령 무화과라면 꽃에게 열매를 내준 마음과 꽃을 영원히 품고 싶은 욕망이 함께 보였을 듯 싶어요.
요즘은 같은 주제가 자꾸 달리 변주되더라구요.
와아…. 이뻐요 참말 너무요^^
가시땜에 가까이 못오니까 그 앙상하고 물기 없어 보이는 몸둥이에
열을 가해서 목숨처럼 길게 목을 빼어 그 이쁜꽃, 붉은꽃이 핀거라구요?
그냥 무심히 보던 꽃기린인데..우와 정말…짱이심다요^^ㅋ
저렇게까지 길게 목을 뺀 경우는 처음 본 거 같아요.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저러다 목빠지면 어쩌려구 그래 하고 걱정이 되더라구요.
예전에는 가시밭길을 밟고서라도 내게로 오라는 소리로 들렸는데.. 이번에는 정반대 소리를 들었어요. 꽃기린에 두 가지 욕망이 얽혀 있는 듯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