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초에
완도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아름다운 섬,
청산도로 여행을 갔었다.
섬에서 묵은 것은 이틀이었다.
이틀 모두 민박에 묵었다.
같은 민박은 아니었다.
둘째 날은 돌담민박이란 곳에서 묵었다.
첫날의 민박은 숙소가 민박집 주인의 거처와 독립되어 있어
민박집 주인과 달리 얘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
대개 놀러간 사람들은 민박집에 묵어도
요즘은 그렇게 독립된 숙소를 선호한다고 한다.
물론 우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원래 여행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 얘기를 듣는 것도 큰 재미인데
그런 곳에 묵으면 그냥 우리 시간만 갖다 오게 된다.
둘째 날 묵은 돌담민박은
주인집에서 저렴한 가격에 식사도 제공해주고
주인 내외와 마주 앉아 이런 저런 얘기도 들어볼 수 있는 곳이었다.
얘기를 많이 나누었다.
반찬 가운데 참소라가 있었는데
그게 맛있다고 했더니 바깥 주인이 어디선가 그 껍질을 내오더니
바로 요렇게 생긴 것이라고 보여주었다.
섬에서 태어났지만 도회지에 나가 살다가
아버지가 너무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몇 년전에 들어와
지금은 전복 양식을 하며 청산도에서 살게 되었다고 들었다.
갖고 있는 재주라고는 컴퓨터와 편집 능력밖에 없는 우리는
그날 티스토리에 그 민박집의 블로그를 하나 만들어주었고
그녀는 서울에 올라가면 명함을 새롭게 만들어 보내주겠노라고 약속했다.
그리고는 예상치 않게 그 댓가로
다음 날 전복죽을 아침으로 얻어먹는 행운을 얻었다.
그런데 며칠 전 돌담민박에서 무엇인가를 또 보냈다.
열어보니 고사리이다.
청산도에서 바닷 바람 맞으며 자란 귀한 것이다.
어찌나 가지런하게 담았는지 처음 받았을 때 비닐 봉지에 든 모습은
고사리가 아니라 마치 무슨 꽃을 담아 보낸 듯한 느낌이었다.
두 봉지는 가지런하게 담아 보냈고,
한 봉지는 맴돌이를 하는 꽃문양으로 넣어 보냈다.
그녀가 아무 것도 안하고 간장으로 간만 맞추었다고 했는데 맛이 그만이었다.
끝의 순 부분은 물에 담가놓자 초록색으로 복원이 되었다.
마치 고사리가 원래의 모습으로 되살아난 느낌이었다.
봉지에 적어놓은 글자를 보니 2011년 5월 11일에 넣으셨나 보다.
참 꼼꼼하고 섬세하다는 느낌이었다.
여행에서 갖게 된 좋은 인연으로 큰 호사를 누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10 thoughts on “청산도 돌담민박에서 보내준 고사리”
울집 작은딸이 젤 좋아하는 반찬이 고사리나물이에요.
어제 이 사진 들여다보고 맘이 동해서 마트에 가긴 했는데
눈만 버렸어요…
앙.. 저도 편집 능력은 좀 되는뎅… ㅜㅜ
^^
그럼 이제 청산도 놀러가는 일만 남으셨네요. ^^
그게 놀러다녀 보니까 현지가 아니면 먹을 수 없는 게 너무 많더라구요.
정말이지 먹는 것이 여행의 큰재미인 듯 싶어요.
그나저나 인천 놀러간다는 것이 벌써 몇년째.. 청산도보다 인천이 더 멀다니. 바빠져서 한동안 꼼짝 못하고 일해야 할 듯 싶어요.
흐믓한 이야기에 비가 오는 아침인데도 참 맑아지는 기분이에요
서로 서로 다 잘해주셨네요…
와우… 두 분은 정말 좋은 분들이에요!*^_^*
아참 민박집 두 분도요^^
어제 너무 덥다 싶더니 오늘은 드디어 식혀 주는구만요.
사실 놀러가면 겉만 보고 오는 셈인데..
이곳에 사는 분들 얘기들으면
그곳의 몇십년을 들여다보고 오게 되는 셈이라
하루 지내면서도 그곳으로 깊게 여행한 느낌이 나요.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바다도 조건에 따라 양식 종류가 다르다는 것도 재미났고..
바다가 밭이기도 하더라구요.
제가 말린 고사리가 컴퓨터안에 있는걸 보니 신기해요.^^ 작년에도 제작년에도 남편과함께 꺽으러 다녔는데 올핸 제가 좀 바빠져서 ^^ 남편이 짬 나는대로 조금씩 꺽어다주면 삶아서 말리는건 제 담당..그나마 올핸 정말 조금밖에 못 해서 친정에 보낼것도 얼마 안되겠어요. 고사리는 4월~5월 이제 끝물이래요.. 그나저나 6월에 친구들과 청산도행 여행 계획이 무산되었다니 제가 더 아쉽네요. 기다렸는데…전복죽 맛있게 끓여서 대접해야지 하고 벼르고 있었거든요 .저는 ..지리돌담은 항상 여기 있으니까 언제든지 오세요.. 언제나 환영 입니다 ^&^ 지리돌담민박.
저도 아쉬워요. 한 명의 일정이 어긋나는 바람에 이번에는 여자들만 간다고 하는 군요. 어디 가까운 곳으로 여자들 셋이 놀러갔다가 올 모양인가 봐요. 미모는 여전하시겠죠? 항상 건강하게 지내시구요.. 담에 가면 또 신세지겠습니다. ^^
고사리 담은 솜씨가 예술이네요.
제가 얼마전 고사리 따다 말려봐서 아는데
그게 조렇게 쪽쪽 가지런히 말려 포장한건 보통 정성이 아니었을거예요.
삶아 말릴때 한개씩 펴말렸단 거거든요.
거기다 꽃이 그대로 다 살아있다니.. 말리면서 다 떨어지던데.
정말 호사를 누리셨네요^^
보통 섬세한 분이 아닌 것 같아요.
이불이며 집안이며 반짝반짝 빛이 났던 기억이예요.
이 집 앞으로 바다가 있고 뒤로는 산이 하나 있는데
저는 그 산을 넘어서 바다보러 가고 싶더라구요.
물론 그렇게 가면 몇시간 걸리지만요.
와~ 아침부터 군침이 도는군요.
벌써 포장부터 고사리가 숨을 쉬는 것 같은데요.
말린 고사리의 복원력이 놀랍고, 좋은 인연을 맺으신 것 같아 부럽습니다.
왜 컴퓨터와 편집 뿐이겠어요. 두 분의 이바구가 민박집 내외분을
즐겁게 해 주셨을 것 같은데..ㅋㅋ
얘기 들으니 섬이나 바닷가에 가서 산다는 게 쉽지가 않더군요.
온통 모르는 얘기들이라 듣는 재미가 좋더라구요.
서로 삶의 얘기를 주고 받는 여행이 좋은 거 같아요.
청산도가서 정작 가장 크게 기억에 남는 건 사람인 듯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