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할 때
무슨 반지를 해줘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나는 반지라는 말만 새겨듣고
앞다투어 그 앞을 어정거리려고 하는
금이니 다이아몬드니 하는 수식어들에겐
절대로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아니 멀리 쫓아냈다.
저리 못가.
이 돈에만 눈을 반짝이는 못된 것들.
그것들을 쫓아내고
대신 내가 불러다 앉힌 반지의 수식어는
풀꽃이었다.
물론 나는 그녀에게 풀꽃 반지를 해주었다.
결혼 기념일 때마다 그 반지 얘기가 나온다.
올해는 5월초의 그날 같이 산행을 나섰다가
오랫만에 그때처럼 풀꽃 반지를 하나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물었다.
어때?
다소 거친 답이 돌아왔다.
“뭘 어떻긴 어때?
내가 그때 미쳤지!”
이런, 나는 정신나간 여자랑 결혼했다.
그 여자는 아직도 정신이 나간 상태이다.
여전히 나랑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여자는 정신을 내보내고
그 빈자리에 나를 채워놓고 산다.
풀꽃 반지 만들려다 네잎 클로버를 우연히 찾았다.
올해는 그것도 그녀에게 주었다.
그녀에게 올 행운이 나는 아닐 것이다.
그녀에게 무슨 행운이 올지 지켜보며
또 한동안 함께 살게 될 것이다.
6 thoughts on “풀꽃반지”
그러면 그거 맨날 찾아 당기셔야겠네…
아이구 사서 고생하셨구랴.
우연히 찾았다니까요, 우연히.
그런데 보자마자 떠오른 생각은
혹시 총알이 지나가는 거 아녀 였다는.
나폴레옹인가 뭔가가 이거 봤을 때 고개 숙였는데
머리 위로 총알이 휙 지나갔다는 얘기가 떠올랐거든요.
우리 이번에 배신 때리고 우리끼리 모였는데..
그래도 의리는 있어서 모임 내내 뜰기님 얘기만 하면서 놀았어요.. ㅋㅋ
강서구에서 모임하면 집에서 가까우니까 그때는 같이 얼굴봐요.
근데, 풀꽃반지를 건네시고, 무슨 반지 받으셨는지요?ㅋ
앗, 그게 주고 받는 건가요?
그동안 주는 걸로만 알았어요. ㅋㅋ
하하하… 풀꽃반지….^^
그래도 손에 꼬옥 쥐고 계시네요 ㅋㅋ
풀꽃반지와 네잎 클러버…두 분께 행운이 있을것 같아요!
화이팅이에요!~~
그래도 아무래도 내년에는 그녀의 손가락에 금반지 하나라도 놔드려야 겠어요. ^^
어제는 너무 즐거웠어요.
아무래도 이제 만나는 건 오전 일찍 봐야 할 듯.
담에는 강서구로 한번 가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