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나를 밝혀준 것은
줄타기 하듯 전기선을 타고
그 어둔 밤을 달려온 전기였을 것이다.
그러나 내 눈을 끌어간 것은
새벽 하늘에 떠 있는 달이었다.
그믐으로 기우는지
보름으로 차오르는지 알 수 없었으나
정작 시선을 빼앗긴 것은
새벽 하늘에 떠 있는 달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새벽 하늘의 달을 보며
무슨 다른 마음을 품은 것은 아니었다.
나는 그냥 먼 하늘에 둔 밝음이 좋았다.
가끔 밝음은 가까이 두지 않아도 좋았다.
그러나 나와는 달리
누군가는 그 전봇대 밑에서
달과 이곳의 전봇대를 잇는 전기선을 꿈꾸고 있었다.
그 사람의 눈에 달은
13,000 테라와트의 태양열 발전소였다.
그 중의 단 1퍼센트만 지구로 가져오면
지구의 모든 발전소를 없애도 좋을
어마어마한 규모의 태양열 발전소였다.
달은 완전 그믐 때
한달에 3시간 정도만 빛이 끊길 뿐
구름도 없고 비도 없어
언제나 태양빛이 넘쳐나는 곳이었다.
내가 쳐다보는 달과
그가 쳐다보는 달이 많이 달랐다.
나는 전봇대 밑에서
밤새도록 밤을 밝혀준 것은 전기였지만
그 밝음으로 내 시선까지 가져가진 못한다고 생각하며
내 시선을 달에게 건네고 있었지만
그는 같은 전봇대 밑에서 달을 올려다보며
그 달에 태양열 발전소를 짓고
전봇대의 선을 달까지 잇고 있었다.
나는 그가 지은 발전소 앞에서
혹시나 그곳의 옥토끼가 쫓겨나지 않을까가 걱정이었고,
그는 머지 않아 바닥날 이곳의 전기 사정이 걱정이었다.
우리는 나란히 전봇대 밑에 서서
달을 올려다 보고 있었지만
우리의 달이 같은 달은 아니었다.
2 thoughts on “달과 전기”
달이 잘 안 보이는데, 겨우 찾았습니다. 작은 점 같은데요.
새벽녘 달 구경한 게 언젠가 싶을 정도로 오래됐습니다.
반달에서 약간 더 찌그러진 것 같아요.
어딜가면 일찍 잠이 깨는 바람에 꼭 새벽빛을 보게 되요.
집은 편해서 그런지 새벽에는 거의 일어나질 못하는 듯.
산에 가서 늦게 오는 바람에 저녁달이나 밤의 달은 많이 봤죠.
새벽에 나갔다고 다 달을 볼 수 있는 건 아니어서 특히 더 눈길이 간 듯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