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높은 나무가
좌우로 빽빽히 늘어선 제주의 길은
그냥 길이 아니다.
그곳은 초록의 바닷속이다.
그곳의 바다는 밤낮으로 깊이가 다르다.
밤의 그곳은 바닥없이 깊어서
빛을 모두 집어삼킨 캄캄한 심해가 된다.
낮엔 키의 높이까지만 초록으로 일렁인다.
제주에 가면 밤에도 그 길을 달려보고,
또 낮에도 그 길을 달려보시라.
그곳을 가는 동안은 누구나 잠시 물고기가 된다.
폐의 호흡을 잠시 내려놓고
우리가 태고적 바다에서 왔음을
가슴깊이 스미는 초록 물결로 분명하게 깨닫게 되리라.
2 thoughts on “초록의 바닷속”
저 길 어디쯤엔가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시원할 것 같습니다.
저는 심해 생각은 못했고. 그저 낮인데도 캄캄한 밤 같다는 생각을 하며
달려본 기억이 있습니다. 불현듯 최성원의 노래 첫 구절이 흥얼거려지는데요.
차를 타고 저 길을 갔는데..
그냥 차에서 내려서 걷고 싶더라구요.
제주도는 정말이지 걸어다녀야 하는 섬 같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