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수리의 클라라 커피에서
사실 커피가 콩이란 걸 몰랐었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다.
항상 커피는 가루로 된 것을 접해 왔었기 때문이다.
최근에야 알았다.
커피가 콩이란 것을.
우리가 먹는 가루 커피는 말하자면 콩가루인 셈이다.
그녀가 커피를 내려마시기 시작하면서 원두를 접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그것이 콩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어느 날 원두를 사오는 클라라의 커피에 들렀다가
볶기 전의 생두를 그냥 먹으면 무슨 맛이냐고 물었다가
커피가 콩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날 클라라님이 말했다.
아마도 비린 맛이 나겠죠. 커피는 콩이니까요.
커피의 생두를 구경하니 생긴 것도 콩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생두를 갈색의 원두로 볶아 내는 광경도 가끔 구경한다.
너무 볶으면 쓴맛이 심해진다고 들었다.
가장 잘 볶은 것은 쓴맛 속에 단맛이 들어있도록 볶는 것이라고 했다.
말하자면 쓴맛이 단맛을 감싸고 있다가
쓴맛의 뒤끝에서 단맛의 울림이 슬쩍 퍼지도록 해주는 것이
가장 잘 볶은 커피인 셈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도 콩을 볶아 먹었었다.
모든 콩을 다 볶아서 먹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어릴 적 콩을 꼬투리째 불 위에 올려놓고 구워 먹었던 기억이 있다.
과일과 달리 콩은 다 익은 뒤에도 생으로 먹으면 비린내가 났었다.
불은 그 비린내를 달콤하게 달래준다.
내가 먹었던 콩은 거기까지만 달래면 되었는데
커피는 볶아내고 그 다음에 갈아서 따뜻한 물로 또 달래야 한다.
그러면 그 물에 제 마음을 향이 진한 커피맛으로 풀어서 우리에게 건넨다.
콩은 볶아 먹을 때 그다지 편차가 심하질 않았다.
무난하고 원만하게 우리와 함께 하는 맛은 언제나 있어야 하리라.
하지만 커피는 내려먹을 때면 사람들에 따라 편차가 아주 심해진다.
어떤 사람은 진한 맛을 원하고 어떤 사람은 엷은 맛을 선호한다.
사람들은 원만한 맛으로 배를 채우는 한편으로 또 자신만의 맛을 원한다.
커피 열풍이라고 불러도 무색할 정도로 내려마시는 커피가 인기를 끄는 것 같다.
살기 좋아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제 나만의 나를 찾고 싶다는 무의식의 발로인 것일까.
그 옛날 어릴 적 친구들과 콩을 나눠 먹을 때는 입과 배가 즐겁긴 했지만
그것으로 나를 찾은 느낌은 별로 없었다.
별로 즐기지도 않는데 가끔 클라라의 커피에서
그곳의 주인이 내려주는 커피를 마신다.
그때면 그가 그냥 커피를 내주는 것이 아니라
내 커피를 내준다는 느낌이었다.
커피로 내가 찾아질리는 없지만
그러나 그 느낌은 말할 수 없이 만족스러운 것이었다.
일률적인 맛의 세상에서 잠시 나만의 세상을 갖는 느낌이었다.
경기도 양수리의 클라라 커피에서
생두
10 thoughts on “커피와 콩”
콩이 됐든 사람이 됐든 들들 볶으면 퉁퉁해지나봐요.
사람도 들들 볶으면 입술이 퉁퉁 부어오르면서
부어오른거 달래려고 하는 뽀뽀가
그냥 하는 뽀뽀보다 더 짜릿하고..아웅.. 부끄러워라..ㅎㅎ
시댁식구 3~40명과 2박 여행을 다녀왔더니
제가 제정신이 아닙니다..ㅋㅋ
짜릿하고 혹시 커피맛도 나던가요? ㅋㅋ
음, 저도 자주 들들 볶아야 겠어요.
저도 시골은 아니지만 어렸을 때 콩 볶아 먹던 기억이 납니다.
그땐 콩이 쌌는데, 지금은 비싼 곡물이 됐지요. 그 사이에
커피홀릭까진 아니어도 커피매니아쯤 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죠.
저희는 100g, 200g 짜린 성에 안 차 대형마트에서 1kg 봉투에 든 걸 사 와
일주일치씩 한 번에 갈아 놓고 먹는데,
앞으로도 커피 콩값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뛰지 않으면 좋겠네요.
콩이 꼬투리하고 줄기와 잎째 불에 올려놓으면 타기도 잘타요.
땔감으로도 아주 좋았던 기억입니다.
흠이라면 먹고 나서 주둥이 주변에 그을음이 묻어
까맣게 되었다는 것이었죠.
그러면 다들 볼만한 모습이 되곤 했었습니다.
커피는 봉지커피가 싸긴 싸더군요.
봉지커피는 향에서 많이 밀리는 것 같아요.
일단 내려마시는 커피는 향으로 집안을 가득채워 주잖아요.
나는 커피 맛도 좋지만 커피를 내주는 사람의 향기가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여행에서 알게 되었어.
클라라 커피도 굿이지만,
청산도 할머니가 주신 봉지 커피의 맛도 얼마나 구수했던지…
우리에게 커피는 혹시 사람의 향기가 아닐까.
당신에게 딱 맞는 커피를 내준 꼴베님의 향기 말이야.^^
그러고 보면 뭐든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인 듯.
갈 때마다 내린 커피 얻어마시는 것도 큰 행운이라는.
아, 월요일.
월요일
월요일
월요일
월요일
월요일
혹은
화요일
화요일
화요일
.
.
.
이라도…
ㅎ
아무래도 흩어져 살지 말고 동네를 어디 하나로 모으던가 해야 겠어요. 다들 어디로 모여살건지 고민해 봅시다. ㅋㅋ
생두와 볶은 커피콩 참 다른 느낌이 드네요
잘 볶아진 커피콩은 보기만해도 향기가 나는듯해요^^
클라라 커피와 떡은 참 맛있고요
참… 정갈하고 머물고 싶고 그렇더라구요!
생두는 보기에도 비린내가 날 것 같은데 볶은 원두는 약간 가무잡잡한 향기가 절로 날 듯한 색깔 같아요. 여기가서 알게 된 사실 – 풍경님은 커피를 못마신다는 것.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