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계절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3월 11일 서울 능동의 어린이대공원에서

나무는 항상 계절을 거꾸로 산다.
겨울엔 그 무성한 잎을 다 털어내고
맨몸으로 계절을 나고
여름은 가지가 휘어지도록 무성하게 잎을 키워
두툼한 몸으로 계절을 넘긴다.

나무 덕에 좋은 것은 우리들이다.
겨울엔 햇볕을 가로막지 않아 덕을 보고
여름엔 햇볕을 막아준 잎 때문에
그늘의 시원함이 우리 것이 된다.

나무가 계절을 견디며 살듯이
누군가 이 시대를 견디며 살고 있을 것이다.
내 삶의 많은 부분이 그의 덕일 것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10월 14일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4 thoughts on “나무와 계절

  1. 사진이 찍힌 장소를 알려주셔서 그런지
    대공원의 나무는 어린이들의 빛나고 끝갈 데 없는 성장을 상상하게 하고,
    미술관의 나무는 누군가가 그린 두터운 회화 작품처럼 보이는군요.^^

    1. 미술관 앞의 나무는 아마 고흐전 보러갔을 때가
      저때가 아니었나 싶어요.
      시립미술관이 공짜로 하는 전시회도 많은데
      꼭 유명화가 때만 가는 것 같아요.
      대공원은 거의 앞마당 드나들 듯 다닌 것 같은데
      최근에 가봤더니 많이 바뀌었더군요.

  2. 잘 주무세요. ㅎ 글은 낼 볼게요.
    여름과 겨울을 거꾸로 사는 이들
    시대를 거꾸로 사는 이들인 것도 같고요.

    1. 어제는 집에서 술을 한잔했더니 일찍 쓰러졌어요.
      밤에 남긴 글을 아침에 만나니 환한 걸요.
      이상하게 와인은 아침에 배가 살살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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