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층의 계단과 8층의 계단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8월 24일 서울 천호동의 한 아파트 계단에서

7층을 올라간 계단이
열려진 창문 앞에 서더니
세상은 온통 푸른 하늘로 넓게 트인
시원한 곳이라고 했다.
7층의 계단은
그 하늘로 마음을 날려보냈다.

8층을 내려간 계단이
같은 창문 앞에 서더니
세상은 앞동의 아파트 벽면으로 꽉막힌
답답한 곳이라고 했다.
8층의 계단은 종종
그 아파트 벽면을 들이박아
이마가 찢기는 느낌이었다.

창은 같았으나
올라가고 내려간 계단의 세상은 많이 달랐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8월 24일 서울 천호동의 한 아파트 계단에서

6 thoughts on “7층의 계단과 8층의 계단

    1. 단독에 살 때랑 많이 달라서 색다른 재미에
      카메라 들고 여기저기 어슬렁거리게 되는 거 같아요.
      시간 나면 언제든지 들러요.
      집에서 편안하게 한잔 하게요.

  1. … 그것 참요…~!
    7층 8층 계단이 사람 마음을 닮았네요
    조금만 높아지면 아래만 보인다하고 조금만 낮아지면
    안 고맙고 안 감사한게 없고,,,,ㅠㅠ
    동원님 눈에 딱 걸린 7,8층계단 이렇게 또 보게 되네요
    저는 18층 꼭대기층이라서 위가 안보이니 하늘 계단이 옥상으로 향한 계단
    거기인가?? 해요 ㅋ
    좋은 한 주간 보내세요!

    1. 4층까지 내려가면서 층마다 창의 풍경이 어떻게 달라지나 살펴보다가 이 사진을 찍었어요.
      올라갈수록 창을 열어놓고 살고 내려갈수록 창을 닫아놓고 산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오히려 8층이 문을 활짝 열어두고 1, 2층은 꼭꼭 닫아둔다고나 할까.
      요즘 일하다가 종종 나가서 아파트 살펴보기를 취미 활동으로 하고 있는거 같아요.

  2. 저도 집이 8층인데, 다른 동네긴 하지만 십수년간 수없이 오르내리면서
    8층과 7층의 계단에 이런 차이가 있는 줄은 몰랐네요.^^
    종종 엘리베이터 사양하시고 걸어 올라가기에 딱 적당한데,
    그러면 아마 층마다 느낌이 다르실 것 같습니다.

    1. 예전에는 주로 마당에 나가 꽃들을 찍으면서 놀았는데
      여긴 화단이 없어서 그런지 옥상으로 올라가서 구름을 보거나
      아니면 계단의 창으로 본 세상 풍경을 자꾸 찍게 되네요.
      아파트 가면 사진 찍을게 없어서 좀 서운할 것 같았는데
      나름대로 여기도 찍을게 있어서 다행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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