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와 잠자리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8월 27일 경기도 하남의 미사리 한강변에서

장미는 언제나처럼 꽃대의 끝에 앉아 있었다.
모습은 한창 때를 지나 후줄근했지만
꽃잎에 담은 붉은 색은 여전했다.

장미가 비운 꽃대 하나를 찾아내
잠자리가 그 끝에 앉았다.
날개를 꽃잎처럼 펴고 꽃대 끝에 앉아
바람이 자리를 내놓으라 내놓으라 아무리 흔들어도
나는 잠자리가 아니라 꽃이라며
그 자리를 부여잡고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꼬리의 색이 아주 붉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잠자리가 여기저기 날아다니고 있었다.
꽃대 끝에서 잠시 쉰 꽃들이
하늘을 날고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8월 27일 경기도 하남의 미사리 한강변에서

2 thoughts on “장미와 잠자리

  1. 이미 꽃이 지고 떨어진 꽃대를 부여잡고 통곡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달리 보면 둘이 러브러브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어느 경우든 잠자리는 정이 많아 좋아 보입니다.

    1. 바람이 좀 세게 불었는데.. 악착같이 부여잡고 놓지를 않더군요.
      어찌나 오랫동안 모델을 해주는지
      나중에는 모델료라도 주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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