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 한가운데 왜가리 한 마리 서 있다.
물들이 걸음을 직각으로 꺾었다 수평으로 폈다를 반복하며
짧은 계단을 급하게 내려가는 곳이다.
계단 왼편의 위쪽으로 한 사내가 앉아 있었지만
목을 길게 뺀 왜가리의 눈높이에서도 잡히질 않아
왜가리에게 사내의 존재는 지워져 있었다.
보이지 않으면 위험도 없다.
왜가리에게 왼쪽은 아무 위험도 없는 편안한 곳이었다.
왜가리는 왼쪽 편으로는 긴장을 놓는다.
오른쪽으로는 나이든 중년의 남녀가 앉아 있었다.
사람이 눈에 들어오면
그때부터 왜가리와 사람 사이에는 긴장이 흐르기 시작한다.
때로는 거리만 잘 밀고 당기면 긴장도 견딜만하다.
왜가리가 중년의 남녀와 긴장의 끈을 적당히 당기며
물의 한가운데 그대로 서 있었다.
왜가리의 왼쪽으로 사람이 하나 나타났다.
검은 옷을 입은 사내였다.
이제 긴장은 양쪽으로 흐르기 시작하고
왜가리는 긴장과 긴장 사이로 놓인다.
왼쪽으로 나타난 사내는 슬그머니 천쪽으로 다가서더니
결국 시냇물 가에 자리를 잡고 앉기에 이르렀다.
사내가 손에 잡힐 듯한 거리에 앉자
왜가리와 사내 사이의 긴장감이 더욱 팽팽해진다.
긴장과 긴장의 사이에서
잠시 긴장의 균형을 고민하던 왜가리가
천천히 오른쪽으로 몇 발자국을 더 옮긴다.
왜가리도 알고 있다.
저희들 둘에 신경이 팔린 중년의 남녀가
홀로 시냇가에 앉은 사내 하나보다 덜 위험하다는 것을.
왜가리는 사내와의 긴장은 그 사이를 벌려두고
중년의 남녀와는 그 긴장을 좁혀둔다.
왜가리는 사내와 중년의 남녀 사이에서
긴장의 줄타기를 한다.
긴장과 긴장 사이,
두 긴장이 균형을 이루는 곳에
긴장감이 지워지는
왜가리의 평화로운 비무장지대가 있다.
2 thoughts on “긴장과 긴장 사이”
왜가리 녀석, 처음부터 우파였군요.^^
가운데 서 있다가 슬쩍 옮긴 것을 보면
중도 우파인 듯 싶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