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산에서 속을 비우고
쓰러져 누운 나무를 만났다.
나무는 아무 것도 갖지 못한채
텅 비어 있었다.
언젠가 도예 작품전에 갔다가
도예가 한미의 작품을 보았다.
속을 텅 비운 나무가 가지를 펼치고
십자가처럼 서 있었다.
도예가의 나무도 속이 비어 있었다.
도예가가 빚어낸 속이 빈 나무는
제 속을 그림자로 채워놓고 있었다.
그림자는 때로 세워놓기만 하면
나무의 높이를 훨씬 넘어설 정도로 멀어지고
때로는 지워질 정도로 나무 밑둥 가까이 붙으면서
나무의 바깥을 맴돌면서도
한번도 나무의 속으로 들지 못했다.
평생을 나무의 바깥에서만 살던 그림자가
도예가의 나무에게선 그 품안에 가득했다.
그림자마저도 바깥에 두지 않고
안으로 품는 나무, 바로 속이 빈 나무였다.
나무의 몸에선 빛을 받으면 반짝이는 보석도 보였다.
아마도 처음엔 나무의 옹이였으리라.
처음에는 상처였으나
이제는 단단하게 굳어져 아픔을 무마한 자리,
옹이는 그 자리에서 보석이 되었다.
상처와 아픔은 한번이 아닌 듯 했다.
딛고 나면 때로 좌절과 상처도
그렇게 보석처럼 영글 때가 있나 보다.
다시 산을 가다
속을 비운채 쓰러져 누운 나무를 만났다.
가장 낮게 세상으로 엎드려 평생을 산
세상의 모든 그림자들이
그 속에 모여 편안하게 휴식을 청하고 있었다.
**두 작품 중 위의 작품은 우리 집 거실에 걸려있다.
고맙게도 작가에게서 선물로 받았다.
제 그림자마저 품은 속이 빈나무는
그의 작품을 처음 보던 날 머릿속에서 떠오른 생각이었으나
지금에서야 정리를 했다.
좋은 선물준 한미 작가에게 감사드린다.
4 thoughts on “나무와 그림자 – 도예가 한미의 십자가 작품 두 점”
하이고…쑥쓰. 고맙, 행복…요
감사 드려요 이렇게 제 작품을 올려서 설명도 넘 멋지게 해주시고요
마치 심오함이 제게 있는듯 저도 …착각을 ㅋㅋ
그래요 그 두 번째 선물은 어제 가마에 들어가서 1200도를 새벽녘에
거치고 지났을 듯요..
이틀 후에 그 모습이 드러나겠지요…^^아 잘 나와야 할낀뎅~^^
도예 작품이 형상은 공유하면서
유약에 따라 표면 무늬는 다 달라지게 된다는 점도 흥미로워요.
한미님 만나서 여러가지로 좋은 경험 많이 하네요.
오면 작품과 속닥거리며 얘기를 나누어야죠.
평면으로 보이는 사진은 재질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아 얼핏 보면
가죽 같아 보이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크기는 얼마나 되는지요?
다음에 가면 작품설명을 곁들여 감상해야겠어요.
20cm 정도되요.
다음에 오시면 아마 더 눈길을 끄는 도예 작품이 반겨줄 거예요.
선물을 하나 더 받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