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6시 24분 33초.
저녁 햇살에 몰려 쫓겨온
건너 편 아파트의 그림자가
우리 아파트 옥상의 벽에 부딪쳐
걸음이 막혔다.
더 이상 도망갈 곳은 없었다.
다급해진 아파트 그림자는
내 그림자를 밀며
벽속으로 도망가려 했다.
내 그림자가 벽속으로 밀리고 있었다.
오후 6시 24분 38초.
오후 6시 24분 39초.
오후 6시 24분 46초.
오후 6시 24분 55초.
오후 6시 25분 01초.
나는 서서히 벽 속으로 밀려들고 있었다.
오후 6시 25분 04초.
오후 6시 25분 08초.
오후 6시 25분 11초.
오후 6시 25분 13초.
오후 6시 25분 17초.
오후 6시 25분 18초.
오후 6시 25분 19초.
내가 벽속으로 사라졌다.
8 thoughts on “벽속으로 사라지다”
와, 멋져요. 벽 속으로 사라지는 시간을 찍으셨네요.
아파트로 이사한 뒤에 옥상만 들락거리고 있어요.
석양 찍으러 올라갔다가 뒤쪽에 비친 그림자를 보고 냉큼 찍었죠.
첫 사진만 보고는 forest님인줄 알았다눈요~ ㅎㅎ
ㅋㅋ 머리는 제가 더 길어요.
멋지게 스며드신 동원님
마지막 사진엔
실례 실례 합니다~~ 하면서 다시 짠 환하게 나타나시믄
분위기 망치나요…?ㅎㅎ
아..정말 신기한 장면을 ..찍으셔서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_^*
뭐가 그리 급해서 벽을 뚫고 가셨나 했더니
집에 내려와 불켜니 짠하고 나타나더군요. ㅋㅋ
신기한 경험을 하셨네요.
장인의 실험정신을 보는 것 같습니다.^^
옥상이 저의 스튜디오가 되어 버렸습니다.
마당을 잃어버리니 옥상으로 채우는 것 같습니다.
누가 옥상에서 화단 같은 걸 만들어
꽃이나 채소를 가꾸어도 될 것 같은데 못하게 하나 봅니다.
그럼 지상을 하늘에 구현하는 모양새가 될 터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