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암사시장과 한강으로 산책을 나갔다.
전어철이 돌아왔다는 것이
저녁 산책으로 그녀와 나를 이끌어낸 계기가 되었다.
가는 길에 암사시장에 들르면
분명 전어회를 파는 곳이 있을 듯 했기 때문이다.
항상 들를 때마다 사람들이 북적였지만
한번도 먹어보지 못한 떡볶이집도 또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집을 나서자 화분으로 집의 한귀퉁이를 모두 감싸놓은 집을 만난다.
지나가며 자주 보았던 집이다.
한강으로 가는 길을 바꾸면서
오늘은 이 집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끌었다.
어느 집의 배나무.
배가 많이도 달렸다.
예전 단독 주택에 살 때
우리도 배나무를 한그루 갖고 있었으나
배는 거의 열리질 않았다.
배나무는 잎이 벌레가 많이 먹곤 하는데
이 집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배나무잎이 특별히 맛나다는 소리도 될 듯하다.
길을 건너 암사동으로 들어서자
어느 집의 능소화가 붉다.
붉은 신호등을 만난 듯 그 앞에서 멈춰선다.
올 때도 이 집 앞을 지나며
좀전의 그 집이네 하고 기억을 되살렸다.
암사시장은 길을 가운데 두고 두 블럭으로 나뉘어져 있다.
규모가 상당히 커서 볼거리가 많다.
일단 떡볶이집에서 어묵 천원 어치를 사먹었다.
바로 옆집은 파리날린다.
사람이 붐비는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인지
맛있긴 맛있었다.
암사시장의 지붕은 열리고 닫힌다.
맑은 날은 열어두고 비오면 닫는다.
날이 맑아 지붕이 여기저기 열려 있었다.
시장 안의 어물전에서 회를 팔기도 하는데 전어회는 없었다.
언제나처럼 광어회만 있었다.
할 수 없이 시장 어귀에 있는 횟집에서 먹었다.
그냥 사가면 한접시에 만원이고
횟집에서 먹으면 이것저것 내주는 것 때문에 만오천원이란다.
막걸리를 곁들여 먹고 가기로 했다.
전어회나오기 전에 뻔데기랑 골뱅이가 나왔다.
그녀가 골뱅이를 쪽쪽 빨아먹었다.
골뱅이철이 아니라 그런지 살은 아주 빈약했다.
길거리 좌판에서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물건을 고른다.
분홍색 신발이 눈길을 끄는 아이가 구경하며 기다린다.
전어회가 나왔다.
언젠가 보성에서 먹을 때는 잘게 썰어서 주던데
여긴 아주 굵직굵직하게 썰어준다.
잘게 썰어준 보성의 회에 이미 낯이 익은 탓인지 조금 낯설다.
이 집만의 방식인 듯싶다.
우리 동네에서 먹을 때도 이렇게 굵직하게 썰어준 것 같지는 않다.
전어가 유난히 잘아서 그런지 그다지 맛은 없었다.
왜 이렇게 전어가 자냐고 했더니 큰 것은 너무 비싸단다.
다음에는 다른 집을 고를 생각이다.
대개 전어는 한접시에 만오천원이었다.
횟집 아주머니가 능란한 솜씨로 생선을 다듬어준다.
뛰어난 칼솜씨로 다듬어준 생선은
오늘 어느 집의 저녁상을 풍성하게 해줄 것이다.
한강변으로 나가는 출입구이다.
쌍쌍으로 짝을 맞춘 청춘 남녀 두 쌍이 보인다.
불빛이 천정으로 빛을 내뿜어 화려한 손짓으로 청춘들을 맞는다.
그러나 청춘들은 별로 쳐다보지도 않는다.
하긴 둘이 사귈 때는 사실 아무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한강변으로 나왔다.
강건너로 워커힐이 불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언젠가 워커힐에서 딱 한 번 공연을 본 적이 있었다.
여자들이 모두 윗몸은 가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다.
사진은 못찍게 했다.
그때 사람을 불가항력으로 무너지게 할 수 있는
그런 여자의 몸이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었다.
모든 것이 어둠에 묻히고 있는 시간이었지만
가로등 불빛을 빌려 환하게 얼굴을 내미는 꽃들이 있다.
잠시 눈맞추었다.
천호대교 교각 밑에서 섹소폰 선율이 울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틀어놓은 음악인줄 알았는데
가까이 가보니 나이지긋한 한 아저씨가 공연중이다.
곡이 끝날 때마다 박수가 나왔다.
공연 때문에 맥주가 아주 잘 팔리고 있는 듯했다.
음악은 술을 부추긴다.
광진교 교각이 모임의 명당 자리가 되었다.
언젠가 우리도 저기서 모임 한 번 가졌으면 싶다.
시키면 치킨도 배달되니
전화 번호 챙겨서 치킨에 맥주를 시켜먹고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면 좋겠다 싶다.
좀 많이 걸었는지 그녀가 다리가 아프다고 했다.
버스를 탈까 했는데 아이스바를 하나 입에 물더니 그냥 걸어가자고 한다.
거의 집에 다왔을 때쯤
한 아파트 단지의 입구에 아주머니 네 분이 나란히 나 앉았다.
앞의 할아버지는 아주머니들 꼬시는 중이 아니라
아주머니들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 손주랑 공차기하며 놀아주는 중이다.
간만에 산책갔더니 기분이 좋았다.
사람들이 풍경을 엮으며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종 카메라 들고 한강까지 한번씩 걸어야 겠다.
9 thoughts on “암사시장과 한강 산책”
/전화 번호 챙겨서 치킨에 맥주를 시켜먹고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면 좋겠다 싶다./
ㅎㅎ 그러네요 잼있을것 같네요
언니는 힘든데 그래도 끝까지 걸으셨군요
사진 예쁘고 반갑고요 지금은 또 두 분 여행중이시지요?
한가위 여행 잘 다녀오세요~~*^_^*
지금 정선의 가리왕산 휴양림에 와있어요.
올라가서 봐요.
추석 잘 지내시구요.
추석 연휴 즐겁고 행복하게 잘 보내세요.
형수님 사진 잘 나왔네요. ㅎ
저는 고향에 와서 친구들 만나며 빌빌 거리고 돌아다니고 있어요.
조금있다가 시장 들러서 이것저것 사먹으려구요.
추석 끝나고 서울서 보자구요.
옥이 사진은 생긴대로 나오면 잘 나오더라구요.
나중에 여기 같이와요.
간만에 왔더니 아주 좋네요.
산책 하기 좋은 계절이네요. 김동원 선생님 추석 잘 보내세요.^^
정균님 여긴 오고 저한테는 왜 안 와요?
ㅋ 제가 누군지 모르시죠?
네. 고마워요.
고향 내려와서 영월역에서 댓글 달고 있어요.
비가 오니 풍경이 더 좋네요.
위의 풍경님이 옆에 있었으면 더 좋았을 듯 싶어요. ㅋㅋ
참 좋네요. 어딘지 푸근하고 여유로운 평일 저녁 분위기가 전달됩니다.
걷고, 먹고, 구경하고, 찍고, 대화하고, 생각하는 암사동 저녁산책길.
추석 지나고 한번 쳐들어 가겠습니다.
아무 때나 편안한 마음으로 오세요.
조기 다리 밑의 명당좀 한번 차지해 보자구요.
이제 길을 바꾸어가며 동네 여기저기 다양하게 걸어서 한강으로 가보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