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가리왕산 자연휴양림의 아침 산책 – 영월, 정선 기행 8

가리왕산 자연휴양림에서 우리가 묵은 숙소는 8인실이었다.
남는 방이 단 두 개여서
그 중에서 골라야 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방은 2층으로 되어 있었다.
방이 너무 넓어 2층방은 임대를 내놓자는 말까지 나왔다.
임대할 방은 있었지만 들어올 사람은 구하지 못했다.
결국 넓게 잤다.
여행지에서 친구를 만난 즐거움을
술잔에 녹여 한잔 두잔 기울이다 늦게 잠에 들었지만
다음 날 아침 일찍 잠에서 깨었고,
바깥에 흩뿌리는 가는 비를 우산으로 살살 달래가며
나홀로 아침 산책에 나섰다.

어젯밤 깜깜한 숲속길을 따라 들어가다 돌아서고 말았었다.
그 길을 따라 좀더 올라가 본다.
그랬더니 물이 상당히 불어난 계곡이 나온다.
아마 물이 적을 때는 계곡의 중간쯤으로 놓여있는 보를 따라
계곡을 건널 수 있을 듯 보였다.
물이 길을 끊어 계곡에서 아래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돌아오다 보니 숙소 뒤쪽으로 산책길이 흘러간다.
숲길을 따라 조금 걷다 보니 너덜지대가 나타난다.
여기저기 돌탑이 쌓여있다.
이곳에서 돌탑쌓기 놀이로 한참 동안 시간보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제법 큰 돌탑도 있었다.
이 많은 돌들은 어디로 숨어있다가 여기로 모였는지 모르겠다.
혹시 숲의 구박을 받은 것은 아닐까.
아무래도 숲은 돌들을 구박할 것 같다.
숲의 품속으로 딱딱하게 박혀있으니 좋을 수가 있겠는가.
설마 그렇다고 숲의 구박을 피해 이곳으로 온 것은 아니겠지.

길을 따라 자작나무를 심은 것 같다.
계속 자작나무가 이어진 것은 아니었고
짧은 구간 잠시 흰색 자작나무가 나타나
눈에 띄는 그 백색의 흰 몸매를 과시했다.

숙소로 올라오는 찻길과 산책로 사이로 계곡이 있고
가끔 산책로와 찻길 사이의 계곡을 건널 수 있도록 다리가 놓여있다.
다리에 올라가 계곡을 구경한다.
물이 불어난 계곡은 수다가 심하다.
바로 옆이 아니면 우리의 말도 묻힐 정도로 아주 심하게 떠든다.
나는 한마디도 못알아듣겠는데
물들끼리는 통하는게 있는지 아주 신이 났다.

제법 물보라를 일으키며 떨어지고 있는 폭포도 만났다.
이름은 무명폭포이다.
삼베나 모시의 그 무명이 아니라 밝음이 없다는 뜻의 무명이다.
폭포 이름과 달리 그 앞에 서 있으면 잠시 마음이 환해진다.
밝음이 없다는 무명폭포 앞에서 마음이 밝음을 얻어간다.

여기도 야영하는 사람들이 만만치 않게 많다.
야영장이 한두 곳이 아니었고 오토 캠프장도 있었다.
커다란 텐트 속에 작은 텐트가 여러 개 들어있는 것도 보았다.
텐트가 너무 커서 분양을 했나 싶었다.
젊은 사람들이 취미로 삼을 것 같은데
의외로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이 많이 보였고,
대개는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이었다.

소나무 가지 하나가 받아든 빗방울을
방사형으로 튀기려 든다.
물론 내게 튀기진 못했다.

내 앞을 얼쩡거리던 다람쥐 한마리,
나무 위로 올라가서 나를 빤히 내려다 본다.
야, 뭘 그렇게 눈이 뚫어져라 쳐다보냐.
다람쥐도 내가 수염 기른 것이 신기한 건가.

바위 한쪽에 푸른 이끼가 수염처럼 붙어있다.
뜯으면 바위가 아야하고 소리를 지르려나?
궁금해 하기만 하고 잡아당겨보진 않았다.

산책로가 짧아 다 둘러 보아도 그다지 많은 시간이 걸리질 않았다.
화암약수터의 산책로만은 못하다.
다시 숙소로 올라온 뒤 등산로 방향으로 잠시 걸음을 옮겼다.
초입에서 계곡을 건너가는 나무 다리 하나를 만났다.
약간씩 흔들거리는 그 불안을 즐기며 건너가 본다.
숲으로 조금 들어가다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