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바람 속에 서 있었죠.
바람은 그대 곁을 맴돌았어요.
그러나 바람이 아무리 청해도
그대가 내주는 것은 그저 손 뿐.
때로는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었고,
바람이 심하다 싶게 매달릴 때는
뿌리치듯 손을 거칠게 흔들었어요.
그러나 어느 경우에도 그대의 몸은 흔들림이 없었죠.
그대는 또 물 속에도 있었죠.
물도 간간히 흔들렸어요.
그때면 그대는 물결을 따라 그대의 온몸은 흔들었어요.
아니 어느 때면 그대는 물결을 따라 아예 잠영을 하기도 했어요.
그대의 모습이 물결 속으로 흩어져
그저 우리 눈엔 물결만이 보였지만
우리는 알 수 있었죠.
그대가 물결 속으로 몸을 묻었다는 것을.
그대는 알고 있음이 분명했어요.
바람의 마음이 그대에게 있지 않고
이 나무 저 나무로 흩어져 있다는 것을.
그대는 또 알고 있음이 분명했어요.
물의 마음이 그대만을 위해 모여있다는 것을.
그대는 흩어져 있는 바람의 마음엔 절대로 몸을 내주지 않았죠.
다만 손만 흔들어줄 뿐.
그대는 오직 그대를 위해 모아진 물의 마음에만
그대의 몸을 모두 다 내 주었죠.
때로 그 물결 속으로 잠영하고 묻히면서.
그대는 알려주었죠.
사랑은 바람 속에 있지 않고
오직 물의 마음 속에만 있다는 것을.
사랑할 때의 우리들이
물처럼 뒤섞이고 있다는 것을.
2 thoughts on “바람 속의 그대, 물 속의 그대”
신기하게도 사진 속 두 나무는 서로의 반대방향으로만 굵은 가지를 뻗을 뿐
안쪽으로는 이파리들만 부딪히고 있네요(반대쪽에서 보면 다를지도 모르지만요.^^)
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반쪽을 서로에게 주고 하나가 된 나무였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