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과학을 굳게 믿지 마시라.
믿음이 많은 것을 가져다 주기도 하지만
종종 그 믿음이 믿음 속에 우리를 가둔다.
그러니 가끔 과학을 버려보시라.
그러면 세상이 아주 재미나게 바뀐다.
가령 당신이 산을 오를 때도
여전히 과학에 대한 믿음을 굳건하게 가지면
바람이 있어 나뭇잎이 흔들리고
나뭇잎의 움직임이 없으면 바람이 자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을 버리면 세상은 달라진다.
그 순간 나무가 당신을 만난 반가움으로
잎들을 손처럼 흔들거나
당신의 이마에 흐르는 땀이 안타까워
가지를 부채처럼 흔들 때
드디어 바람이 인다.
그때부터 바람은 당신에 대한 반가움이거나
당신이 흘리는 이마의 땀을 식혀주려는 나무의 마음이 된다.
어디 나무 그늘에 돗자리라도 깔고 누웠다면
당신은 나무의 품에 몸을 묻은 것이 된다.
실제로 나뭇잎은 많은 경우 부채를 닮았고
나무는 전체적으로 보아도 부채살을 펼친 듯한 형상이다.
바람이 자고 있다면
나무가 잠시 부채를 부치던 손을 멈추고
당신을 조용히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다.
아주 그윽한 눈길로.
산행은 산을 오르고 내리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 속을 들고 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니 가끔 과학을 버려 보시라.
세상이 더 즐겁고 행복하게 바뀐다.
6 thoughts on “바람과 나무 3”
내가 소화해낼 수 없는 그윽한 눈빛 때문에 산에 오르면 심장이 빠르게 뛰고 얼굴이 빨개지나봐요.
산에 갔다 오면 일찍 골아떨어질만도 하건만
이상하게 오히려 피곤을 느끼지 못할 때도 많은 것 같아요.
다 연인을 만나고 온 즐거움 때문인 듯.
아…그러게 말이에요 짱 좋은 말씀 귀담아 듣습니다
바람을 나무를… 비과학적일뿐만아니라
아주 그냥 벗삼아 뭉개면서 나무그늘에 한없이 앉아 있고야 말겠어요
다짐x999
수종사가서 아주 좋은 은행나무 친구 소개해 줄께요.
빛과 나무로 제목을 바꾸셔야 한다니까요.^^
여전히 과학을 들이대는 저는 아직 멀었군요.
사실 부채 모양으로 펼쳐진 나무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어요.
나무들도 제각각이라.
사실은 과학들이대기를 못하는 사람의 자기 합리화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