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넓고 푸르다.
구름이 그 넓은 하늘을 온통 어질러 놓았다.
저러다 한소리 듣지 했는데
드디어 어느 날 방을 어지럽혔다고 크게 혼났다.
하늘이 다시 넓고 푸르다.
한번 혼나고 난 뒤로 큰맘먹은 구름이
깨끗히 방청소하고 외출한 날이다.
구름은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혼나고 나면 청소라도 한다.
우리는 지상을 다 어지럽히고 살다가 가끔 혼이 나지만
혼나면서도 치울 생각을 않는다.
우리들의 집과 아파트들은
여전히 지상을 어지럽힌채 버티고 있다.
**이 글은 트위터 친구 Ranunculus님이
트위터에서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구름이 가출한 날이라고 쓴 말을 실마리로 삼았다.
4 thoughts on “구름과 하늘”
진짜 방을 어지럽혀 혼나셨다는 말인 줄 알았습니다.^^
가끔 요즘 하늘을 보면서 뜬금없이 구름이 미친 거 아니냔 생각을 할 때가 있는데,
미치지 않고서는 대명천지에 저렇게 지맘대로 펼쳤다 걷었다를 반복하면서
지치지도 않고, 한 번도 같은 모양인 적이 없으니까요.
구름 한점 맑은 날이라는 말보다
구름이 가출한 날이라는 말이 아주 재미나더라구요.
그 뒤로는 구름 좋은 하늘을 올려다볼 때마다
오늘도 방께나 어질러 놓으셨군 하는 생각이 들곤 해요.
물론 동시에 낄낄거리며 웃게 되구요.
오늘은 구름이 엷게 덮였네요.
오늘 교회 갔다가 조금 늦게 왔는데, 6시 반쯤 천호대교 건너
올림픽도로 진입하기 전 테크노마트 방면을 바라보니 석양이 시작되면서
구름이 아주 엷고 날렵한 게 마치 붓으로 그린 거 같더군요.
저녁 나절에 댁 옥상에서 강변쪽을 조망하시면 종종 멋진 구름을 보실 수 있을 것 같더군요.
처음 이사와서 석양을 기대하고 옥상에 올라갔는데
아파트들에 가려서 전혀 볼 수가 없더라구요.
아침 해가 뜨는 것도 아파트들이 다 가리고 있어요.
단독에 살 때는 몰랐는데
아파트에 와보니 우리 동네가 이렇게 아파트가 많나 싶게
온통 아파트들 뿐이더라구요.
지난 번에 검단산 간 것도 사실은
옥상에서 보는 구름은 다 막혀 있어서
일부러 구름보러 간 거 였어요.
그래도 종종 보게된 달이 있어서 아주 좋아요.
어제 오늘 계속 달을 보고 있는데 볼 때마다 기분이 좋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