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종도 마시안 해변에
조개와 신발이 나란히 누워있다.
두 사랑이 누워있다.
신발의 사랑은 걷는 것이다.
사랑하는 이를 향하여 묵묵히 걸을 때 그것이 사랑이 된다.
하지만 그냥 걷는 것만으론 사랑에 이르지 못한다.
밑창이 다 닳도록 걷고서야 사랑을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밑창이 다 닳도록 걷고서도 사랑에 이르지 못했다면
너무 슬프지 않을까.
조개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조개는 도달하지 못할 사랑은 이 세상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죽은 조개는 껍질을 날개처럼 펴놓고
제 영혼을 그 모습에 담았다.
그 순간 조개의 사랑이
제 영혼을 나비에 싣고 사랑에게로 훨훨 날아올랐다.
흰나비였다.
영종도 해변에 두 사랑이 누워있다.
하나는 사랑하는 이를 향하여
밑창이 다 닳도록 걷고 걸은 사랑이며
또 하나는 껍데기를 펼쳐 날개를 삼고
나비처럼 날아올라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간 사랑이다.
영종도 마시안 해변에 두 사랑이 나란히 누워 있었다.
그 사랑이 부러웠던 나는
길고 오래 해변을 걸었으며
가끔 팔을 날개처럼 펼치기도 했다.
6 thoughts on “조개와 신발”
밑창이 다 닳아 사라질 때까지 걷고 또 걸어간 사람,에게로
나비처럼 날아 간 사람. 사랑.
ㅎ 재미있네요.
조개가 정말 나비 같이 날개를 펴고 앉아 있네요.
계속 날개편 나비같다고 생각하면서
조개 껍질 사진을 찍고 있다가
재수좋게 밑창빠진 신발과 조개를 동시에 만났지 뭐예요.
한 데 안 있었더라면 특별히 어울린다거나 엮일 것 같지 않고 특별할 게 없어보일
조개와 신발이 시인의 상상력을 자극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군요.^^
사물에서 이야기거리를 발견하고 풀어내는 이런 눈 또는 감성이 부럽습니다.
어제 산행, 즐거웠습니다.
많이 즐거웠습니다.
근처에서 좋은 산들을 골라 다시 시간맞춰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군요.
낡은 신발을 신고 바닥이 닳을 만큼 걸어가는 용기. 사랑이란게 나 자신의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라면 전 사랑을 해본적도 할 용기도 없는 사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모성애 조차도 나에 대한 사랑보다 낮은 곳에 있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거든요. 아들에게 미안하지만.
이 가을에 여름을 뒤로하고 쓸쓸한 바다를 위로하고 오셨네요. ^^
바다로.. 산으로.. 강으로 돌아다니는 즐거운 시절같아요.
카메라들고 슬슬 걸으며 건져오는 이미지들이 아주 좋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