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송이와 가시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9월 24일 경기도 하남의 검단산에서

밤송이는 무수한 가시를 가졌다.
가까이 하면 서로를 찌르는 비운의 운명이 밤송이 같다.
그러나 유심히 들여다 보면
밤송이의 가시는 절대로 서로를 찌르는 법이 없다.
가시와 가시 사이의 빈공간으로
조심스럽게 서로의 가시를 들이밀어
가시를 가졌으면서도
서로에게 서로를 나란히 눕힌다.
밤송이에게 가시는 서로를 찌르는 아픔이 아니라
빈틈을 살펴 아프지 않게 상대에게 가는 섬세한 길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9월 24일 경기도 하남의 검단산에서

6 thoughts on “밤송이와 가시

  1. 어느해 아버님하고 밤을 따러 갔었는데
    아버님께서 신랑이 밑에 있는줄도 모르고 밤나무에 올라가
    밤을 마구 터셨어요.
    그날 집에 돌아와 신랑 머리에 박힌 밤가시를 몇개나 뽑았는지..
    근데 더 옷긴건.. 해 넘기고도 하나를 더 뽑아냈다는 사실이에요.
    어느날 신랑 머리를 들여다보니 갈색가시하나가 박혀있는데
    대체 이 가시가 뭐다냐 하고 한참 생각했다지요..ㅎㅎ

    신랑머리가 암만해도 밤송이같지는 않나봐요..ㅋㅋ

  2. 아항~~~ 그렇군요^^
    그것도 모르고 어려서 밤송이 끼리 저리 배려심이 깊은줄 모르고요
    자꾸 밤송이 가시를 훼손(^^)하고 난폭하고 얌체롭게 밤알맹이만 탐냈었어요..ㅋㅋ
    무어든 잼있고 순하게 풀어 내시는 동원님 최고이십니당!
    어제는 또 참 더불어 덕분에 즐거웠어요! 아 또 가고 싶당~~개 세상^^ 개 구경!

  3. 밤송이 가시를 섬세하게 바꿔 보시는 눈이 부럽습니다.^^
    확실히 모든 걸 유심히 봐야겠단 느낌을 주시네요.

    1. 거시적 눈을 갖고 계시잖아요.
      저는 좀 시선이 미시적인 듯 싶어요.
      그래서인지 렌즈도 마이크로 렌즈를 많이 쓰는 것 같구요.
      어제 오늘 날씨가 아주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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