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산 산행

10월 3일, 하늘이 열린 날에 천마산으로 하늘을 열러 갔다.
아무래도 하늘은 높은 산에 올라야 시원하게 열리는 법이니까.
하늘을 여는 일이 혼자는 무리라 여러 사람들과 함께 갔다.
중학생과 초등학생도 동참을 했다.
모두 네 가족이었다.
산은 왼쪽으로 보이는데 차가 자꾸 오른쪽으로 가더니
결국 엉뚱한 곳에서 이제 다 도착했다고 나오는 바람에
다시 약속 장소를 찾아 조금 헤매야 했다.
장소는 우리가 정했는데 우리만 헤매고 다들 잘 찾아왔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3일 경기도 남양주의 천마산에서

등산로 입구에서 홍순일씨가 아들 진표의 신발끈을 매준다.
신발끈을 매주며 아버지는 아들에게 멀리 높이 걸어가려면
신발끈을 단단히 매는 것이 첫순서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리라.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3일 경기도 남양주의 천마산에서


유일하게 홍순일씨만 가족이 모두 참여했다.
하은이 키가 제일 크다.
나는 하은이가 한 걸음을 걸을 때
우리는 세 걸음을 걸어야 한다고 농담을 했다.
키가 커서 그런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우리 일행 중에서 가장 키가 컸다.
이렇게 아이들이 커가는가 보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3일 경기도 남양주의 천마산에서


길을 오르다 보니 누리장 나무 열매가 보인다.
열매는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따먹어 보진 않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3일 경기도 남양주의 천마산에서


두 곳에서 샘을 만났다.
하나는 산행을 시작하고 나서 얼마 안되는 거리에 있었고
그 다음 샘은 깔딱고개의 길목에 있었다.
보통은 샘이 졸졸 흘러나오는데
깔딱샘이라 불리는 이 샘은 돌틈 사이를 스멀스멀 기어나와
오목한 바위에 고여 있었다.
물맛은 좋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3일 경기도 남양주의 천마산에서


깔딱 고개라 불리는 가파른 고개를 올라가다 잠시 휴식 중이다.
너무 험하면 정한 사람이 원성을 듣게 마련인데
다행히 그렇게 험하진 않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3일 경기도 남양주의 천마산에서


아직 시계는 트이질 않는다.
그래도 나무와 나무들이 틈을 벌리며 조금 아래쪽 풍경을 내준다.
이럴 때면 나뭇가지가 손에 풍경을 담아서 내게 내미는 느낌이다.
위로 올라가면 우리는
나무의 키를 훌쩍 넘어 풍경을 모두 얻어내게 된다.
풍경을 몽땅 얻어내는 재미, 그게 높은 산을 오르는 재미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3일 경기도 남양주의 천마산에서

진표와 서재석씨.
무슨 얘기를 나누고 있을까나.
아이들 얘기는 기발할 때가 많다.
깔딱고개만 해도 올라갈 때는 깔딱 고개지만
내려올 때는 쉽게 내려가면서 깔깔 웃게 되기 때문에
깔깔 고개라고 했다.
진표가 해준 얘기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3일 경기도 남양주의 천마산에서

그녀와 하은이.
이제는 우리가 너를 쳐다볼 만큼 훌쩍 성장을 했구나.
그녀가 하은이의 팔짱을 껴보더니
그냥 팔짱끼고 내내 걸었으면 좋을 정도로 편안했다고 했다.
키만 큰 것이 아니라 미모도 폭풍처럼 성장을 하고
저희 엄마가 신발을 바꿔준다고 해도
그럼 엄마는 어떻게 하나며 한참을 버텨서
엄마에 대한 아이 마음도 엿볼 수 있었다.
보는 이가 흐뭇한 모습이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3일 경기도 남양주의 천마산에서

깔딱 고개 올라서서 쉬는 동안 개별 사진을 하나씩 찍었는데
그 중에서 이 사진이 가장 잘나온 베스트 샷이다.
박영수씨 되시겠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3일 경기도 남양주의 천마산에서

휴식 시간에 다들 서재석씨가 나누어준 사탕들을 하나씩 입에 물었다.
혓바닥이 빨갛게, 푸르게, 자주색으로 물들었다.
가운데는 껌이었다.
여럿이 오니 각자 나름대로 준비한 것이 있어 그것도 남다른 재미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3일 경기도 남양주의 천마산에서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한 뒤에 다시 산으로 오르는 길에 나선다.
여러 명이 오니까 길게 이어간다.
혼자오면 길을 따라 가는데 함께 오니 줄을 만들어 간다.
가장 어린 진표가 날렵한 걸음으로 그 줄을 이끌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3일 경기도 남양주의 천마산에서


산아래 동네는 온통 아파트여서 삭막한 듯한데
산위에서 보면 그 아파트들도 모두 산의 품안에 있다.
산에 와서 우리는 확인한다.
우리가 삭막한 콘크리트 속에 갇혀 사는 듯하지만
넓게 보면 그래도 자연의 푸른 품 속에 있다는 것을.
산에 왔다 가면 그 하루의 기억으로
삭막한 아파트 속에서 또 한동안 살만하리라.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3일 경기도 남양주의 천마산에서


우리의 산행은 잦은 휴식을 우리만의 독특한 즐거움으로 삼았다.
산이 그다지 높은 것 같지도 않은데 계속 오르막이라
자주 쉬지 않을 수 없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3일 경기도 남양주의 천마산에서

칡덩굴을 만났다.
지나는 사람들이 보고 모두 칡칡거리겠지만
사실 칙칙하지는 않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3일 경기도 남양주의 천마산에서

딸과 아버지가 웃고,
엄마가 그 사이로 지나가며 웃음을 보탠다.
가족의 웃음을 특히 보기가 좋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3일 경기도 남양주의 천마산에서


쉬는 사이에 타이타닉 놀이에 나섰다.
진표가 팔을 벌리고 홍순일씨가 안았다.
천마산이 졸지에 타이타닉호가 되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3일 경기도 남양주의 천마산에서

산은 종종 가파른 경사면으로 사람들의 숨을 턱까지 채워주곤 했다.
그러고 보면 산을 오르는 길은 숨을 턱까지 채웠다가
다시 약간의 평지를 만나 그 숨을 가라앉히곤 하는 길이다.
우리는 숨을 쉬고 살지만 숨은 턱까지 차면 숨쉬기가 어렵다.
숨은 우리 몸에 고여 잔잔할 때가 제일 편하고 자연스럽다.
산에선 종종 그 숨에 격랑이 인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3일 경기도 남양주의 천마산에서


가파른 바위에는 철로된 계단을 만들어놓았다.
우리의 일행들은 모두 사물함이라고 했고
열 수만 있으면 보석이 가득할텐데 열 수가 없는게 흠이라고 했다.
나는 빵굽는 오븐을 떠올리고 슬쩍 잡아 당겨보았는데
역시나 열리질 않았다.
아마 새카맣게 탔을 거야 하고 위안을 삼는 수밖에 없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3일 경기도 남양주의 천마산에서


싸갖고 온 먹을 것의 무게도 만만치를 않아
뱃속으로 옮겨 담기로 했다.
멋지게 생긴 소나무 아래서 먹는 점심 시간이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3일 경기도 남양주의 천마산에서

점심 먹고 나니 다시 힘이 난다.
아이들은 밧줄타고 오르는 암벽을 아주 좋아했다.
어른들도 아이들이 되었다.
요 위에 또 밧줄있단다라고 하면 그 말이 힘이 되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3일 경기도 남양주의 천마산에서


산을 내려오는 사람이 이제 다 왔다고 했다.
처음에는 믿기질 않았는데 정말 올라보니 그 사람의 말 그대로였다.
500m가 남았다던 길이 가파른 암벽 하나를 올라서자
150m를 남겨놓고 있었다.
이 산의 봉우리가 아래쪽으로 물결쳐 흘러가고
건너편에서도 산들이 물결쳐 오고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3일 경기도 남양주의 천마산에서

드디어 정상에 도달했다.
정상 표지가 작아 다들 옹기종기 모여서 사진 하나 찍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3일 경기도 남양주의 천마산에서

옆으로 상당히 넓찍한 정상도 있었다.
높이는 다 그만그만하니 어디나 정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재석씨가 정상 기념 사진을 찍고
나는 내 그림자를 슬쩍 들이밀어 기념을 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3일 경기도 남양주의 천마산에서

정상에서 보니 누군가 건너편의 아찔한 바위 위에서 취침 중이다.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이다.
절벽 위의 아찔한 오수에 든 두 사람을 두고
우리는 남녀인가 보다는 말로 시작하여
무수한 상상 속으로 두 사람을 끌어들이며 놀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3일 경기도 남양주의 천마산에서


정상에서 다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다.
바위들이 널찍하여 앉아 있기에 좋았다.
승재씨가 가져온 망원경이 좋은 구경거리를 선물했다.
진표는 망원경으로 이것저것 살펴보더니
숲속에서 엉덩이까고 실례하는 아저씨도 보았다고 했다.
아무래도 내가 아이들을 많이 물들인 것 같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3일 경기도 남양주의 천마산에서

아이들 둘은 아래쪽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따로 자리를 잡아 기념 사진을 하나 더 찍었다.
사실 이 바위도 밑에서 올려다 보니 상당히 아찔했다.
산은 위에 올라 서 있을 때와 밑에서 올려다 볼 때가 많이 다르다.
올라오면 의외로 안정적인 것이 정상이기도 하다.
하은이 키 때문에 산도 오늘은 키를 상당히 키웠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3일 경기도 남양주의 천마산에서

내려오는 길도 군데군데 만만찮다.
손잡아주는 센스가 보는 눈을 즐겁게 한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3일 경기도 남양주의 천마산에서

내려가는 길에 홍순일씨 가족, 산하고 줄다리기에 나섰다.
산을 조금 끌어내려 놓았으니
뒤에 내려오는 사람들하고 올라가는 사람들,
좀 편했을 것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3일 경기도 남양주의 천마산에서


올라가는 길에는 추억이 없다.
오늘 처음 온 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려가는 길에는 추억이 있다.
이 소나무는 올라갈 때 점심을 먹으며 머물렀던 나무이다.
때문에 점심의 추억이 이 나무 밑에 있다.
다음에 다시 오면 올라갈 때도 추억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3일 경기도 남양주의 천마산에서

사람들이 가파른 길을 내려올 때,
나는 옆의 평탄한 길을 봐두었다가 그 길로 내려왔다.
혼자만 편한 길로 간다고 원성을 들었다.
그래도 이렇게 여럿이 산에 갔을 때는
사람들 고생좀 시키는게 큰 재미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3일 경기도 남양주의 천마산에서


쉬며 쉬며 올라서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낮은 산은 아니었다.
원래 산은 내려올 때가 더 힘든 법인데
천마산은 내려오는 걸음이 많이 가벼웠다.
해가 서서히 몸을 눕히는 오후의 시간을
길게 줄지어 늘어서서 산을 내려왔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3일 경기도 남양주의 천마산에서

진표의 표현에 의하면
올라갈 때는 깔딱 고개,
내려갈 때는 깔깔 고개가 되는 고개를 앞두고
다시 휴식 시간을 가졌다.
쉬는 동안 홍순일씨와 아들 진표는 풀빵 놀이를 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3일 경기도 남양주의 천마산에서


휴식 시간이면 재미난 얘기들을 많이 나누었다.
대개는 쓸데없이 웃기는 얘기였는데
예를 들자면 이곳의 이정표에 걸려있는
신경림의 <갈대>라는 시를 보고
갈 데까지 왔는가 보다는 식의 썰렁한 얘기를 주고 받는 식이다.
그러면 혹시 뒤에는 올 데가 있는게 아닐까 하며
시가 적힌 나무판의 뒤쪽을 보며 누군가가 한번 더 웃겨주었다.
나도 정말 그럴까 싶어 내려올 때 확인해 봤는데
역시 우리만의 유머 코드인지 뒤쪽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3일 경기도 남양주의 천마산에서

천마산 산행은 등산로 초입의 길고 긴 계단을
하은이는 롱다리로 껑충껑충 뛰어서 내려가고
진표는 다람쥐처럼 달려 내려가면서 마무리되었다.
이제 너무 낯이 익은 집근처의 예봉산, 검단산은 졸업을 하고
근처 한두 시간 정도의 산들을 골라
좀 높은 산들로 나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산행이었다.
일단 다음 산행은 산정호수로 유명한 명성산을 점찍어 놓았다.
언제 가게 될지는 모르겠다.
이번 산행도 말나오고 3년만에 간 산행이었다.

10 thoughts on “천마산 산행

  1. 항상 눈으로만 감동했었는데…,^^
    항상 이쁘게봐주시니 고맙습니다.
    함께하는 시간들이 늘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오랫동안 편하게 지내길 바래봅니다.
    10월중 산행 코~올입니당^^

    1. 10월 산행이면 저 빼고 가셔야할걸요.
      제가 11월5일에 공연이 있어 연습에 꼭 묶여있거든요.
      시간 되시면 올해도 구경오세요~

  2. 베스트샷! 인물덕이거지요. 호호호
    그저 감사할 따름이옵니다.
    그 때는 몰랐는데 사진으로 보니 가을 색이 제법 보이는군요.
    그 사이에 물든거 아닐테고 말이죠.
    510M 청계산 산행보다 쉽게 느껴졌던 유쾌한 산행이었죠.

  3. 역시 산행은 두 꼬맹이들이 있어야 제맛이야.^^
    벌써 훌쩍 커버려서 이제는 잘 따라다니지도 않을 것 같지만
    오랜만에 두 꼬맹이들 델꼬 같이 가니까 좋더군.
    훌쩍 커버린 두 꼬맹이들… 우리도 이렇게 나이들어 가는거겠지.^^

    천마산 산행이 즐겁기도 하고 마음에 남을 주차 사건까지 남겼으니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
    다음엔 더욱 신중해야겠다 결심 중.
    명성산은 10월 중에 한번 더 가도록 하자.^^

  4. 산행에 동행해서인지 순간과 장면들이 오버랩 되면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명성산, 콜입니다! 3년은 너무 길고, 3개월 안에 가면 좋겠네요.^^

    1. 천마산보다 100m 정도 더 높은 거 같아요.
      근데 산정호수에서 시작하니 실제로는 더 수월할 듯 싶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치악산이나 이런 곳은 오르고 내려오는 것이 만만치가 않더군요.
      멀기도 멀구요.
      일단 명성산으로 가서 억새나 한번 보고오는게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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