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박수 – 두물머리 강변가요제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15일 경기도 팔당의 두물머리에서


이명박 정권의 4대강 공사에 반대하여
매일 오후 3시에 생명평화미사를 열고 있는 두물머리에서
노래로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를 외치는 가요제가 열렸다.
홍대의 인디 밴드들이 대거 출연했다.
그런데 그만 공연 시간에 맞추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하늘의 눈치를 살폈다.
사람들의 한결같은 마음은 모두 비가 그치길 바라는 것이었지만
공연에 참가한 사람들의 마음과 날씨는 어긋나고 말았다.
그리고 결국은 비오는 우중에 공연이 시작되었다.
빗줄기는 굵어졌다 가늘어졌다를 반복했고
가끔 번개가 사이키델릭 조명으로 하늘을 쪼개며 지나갔다.
천둥 소리가 거의 끊임없이 이어졌다.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하늘도 참 무심하다는 생각이 들 때쯤 누군가가 그랬다.
“하늘이 때맞추어 박수까지 쳐주는 군요.”
그 순간부터 비는 하늘의 박수였다.
비닐 하우스 공연 때는 빗줄기가 굵어지면 지붕에 빗소리가 가득했고
그것은 정말 박수 소리와 흡사했다.
바깥에선 하늘의 박수가 온몸을 적셔주며
말 그대로 박수 세례가 되었다.
그러고 나자 이제 번개는 하늘이 보내는 야광봉이었다.
천둥소리는 공연장에 빠질 수 없는 함성이었다.
사람들이 그 비를 다 맞으며 몸을 흔들었고
공연은 밤을 향하여 달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딱딱 맞춰서 박수를 치는데
하늘은 좀 시도 때도 없이 박수를 치기는 하더라.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15일 경기도 팔당의 두물머리에서

10 thoughts on “하늘의 박수 – 두물머리 강변가요제

  1. ‘요즘 젊은이들’ 하며 혀를 내두르기도 하지만.
    이날 이곳엔 멋진 젊음의 소리가 하늘의 경쟁심도 불러일으켰군요.
    두물머리에 그리고 그 외 여러지역에 평화가 함께 하길.

    1. 하늘의 박수는 온몸으로 전해지긴 하는데
      좀 불편하긴 하더라구요. ㅋㅋ
      그냥 어른들이 젊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좀 하지 않았으면 싶은데 어른들은 아이들 싫어하는 일만 골라하는 듯도 싶어요.

  2. /이제 번개는 하늘이 보내는 야광봉이었다/
    ㅎㅎ 역시… 무어든 즐겁고 신나는 모습을 탈바꿈해주시네요
    야광봉이라…음… ㅎㅎ
    지상에서 쇠봉만 안들으면 되겠어요
    저는 참..갑자기 왜? 만화에서 보던 번개 맞고 머리카락 지지직
    옷 구멍나고…ㅋㅋ 그런 제가 상상이 되지요?
    야광봉과 교선하다가….

    1. 그럴까봐 좀 겁나긴 했지요.
      노래 몇 곡 듣고 춤도 좀 보고 그랬는데
      젊은 친구들이 와서 밤새서 놀아주고
      또 다음 날 청소하고 그러는 것 보면
      세상은 젊은 사람들에게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3. 밤새워 운다는줄 알고 왜?..하고 한참 생각 했네요 바~보..ㅎㅎ

    동원님을 즐겨찾기에 넣고 자주 뵙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해요?
    넘들 다있는 즐겨찾기 하기가 없잖아요 힝..

    꼭 갈쳐 주세요오~~

    1. 띄워쓰기 가르칠 때 아주 좋겠는걸요.
      밤새우는 사람들을 잘못 띄워쓰기하면 밤새 울게 된다구요.

      즐기찾기는 수동으로 하셔야 해요.
      제가 독립된 블로그라서요.
      어디에도 소속이 되어 있질 않거든요.

      관리자 페이지에 들어가시면 즐겨찾기 관리라고 있어요.
      그곳에 가서 홈페이지 제목하고 제 블로그 주소인 http://blog.kdongwon.com를 입력한 뒤에 아래쪽에 있는 추가하기 버튼을 누르시면 추가가 되요.

    2. 동원님~~ㅎㅎ

      네.. 즐겨찾기 추가.. 마쳤어요..
      진작 했어야 하는데..
      많은, 좋은 얘기들을 놓쳤겠지요..? 힝..

      모든건 다 때가 있다에 다시 한표 추가..ㅎ

  4. 몸살 기운만 아니었으면 가 보고 싶은 공연이었네요.
    비와 하늘과 천둥과 번개, 밴드와 관객이 한데 어울어진 무대가 만들어내는
    하모니가 보고 들을 만 했겠어요.
    혹시 청중들에게 인디 밴드의 레퍼토리가 어렵진 않았나요?

    1. 두물머리, 여기가 두물머리, 여기는 유기농 단지… 이 세 마디로 음악이 되던걸요, 뭘. 젊은 사람들이 와서 아주 보기 좋더라구요. 우리도 젊은 사람들로 일행을 꾸렸는데 가보니 출연진들이나 참가들 사이에서 너도 왔냐는 분위기더라구요. 아주 좋았는데 다 보진 못했어요. 밤새운다고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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