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의 열기 속으로 – 브로큰 발렌타인의 공연

누가 내게 음악적 취향을 묻는다면
내게 있어 그 대답은 록이다.
그것도 아주 심하게 록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내가 좋아했던 록 밴드는 딥 퍼플, 레드 제플린, 크림 등등이었고,
리치 블랙모어의 레인보우와 배드 컴퍼니를 유난히 좋아했었다.
그러나 11월 14일 금요일밤의 내 록 밴드는 브로큰 발렌타인이었다.
그들은 홍대 입구의 브이홀에서
내게 록 세상을 선물했고 나는 그 세상의 열기 속으로 뛰어들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14일 서울 홍대 입구의 브이홀에서

공연 전의 무대는 비어 있다.
이제 이 무대는 브로큰 발렌타인이 그들의 록으로 채워줄 것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14일 서울 홍대 입구의 브이홀에서

록의 무대는 록 밴드의 음악만으로 채워지진 않는다.
그들의 음악에 열광할 준비를 마친 관중도 중요한 몫을 한다.
아마도 공연의 흥분과 열정에 불을 지피는데
관중의 역할이 공연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록의 무대일 것이다.
입장이 시작되자 사람들이
마치 몸싸움을 하듯 무대 앞으로 밀고 들어갔다.
나는 무대앞의 의미를 알고 있다.
무대의 맨앞은 음악을 체감할 수 있는 자리이다.
언젠가 발레 공연에서 그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뒤쪽에 자리잡으면 발레는 눈으로 보는 공연이 되고 만다.
그러나 맨앞에 자리잡으면 발레리나나 발레리노의 거친 숨소리와
턴할 때의 발소리가 모두 확연하게 귀에 잡힌다.
발레가 체감이 되는 순간이다.
사람들은 록도 맨앞자리에서 체감하고 싶어한다.
일찍와서 맨앞으로 밀고 들어가는 사람들은
록에 대해 무엇인가를 아는 사람들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14일 서울 홍대 입구의 브이홀에서

록의 세상에 오면 사람들은 음악을 듣는데 그치지 않는다.
사람들은 밴드에 대한 응원자가 된다.
그러니까 음악의 감상자를 넘어 응원자가 되는 즐거움이 록의 세상에 있다.
감상은 음악의 즐거움을 귀로 제한하는 경향이 있으나
응원은 온몸으로 음악 속에 뛰어들 수 있게끔 해준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14일 서울 홍대 입구의 브이홀에서

공연이 시작되었다.
기타 음이 울렸고, 음은 위와 아래로 나뉘어졌다.
기타의 고음은 위로 날아들었고 가슴을 흔들었다.
낮은 저음은 밑바닥으로 납짝 엎드려 내 발밑으로 밀려들더니
결이 촘촘한 울림으로 내 발밑을 흔들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14일 서울 홍대 입구의 브이홀에서

그들은 노래 부르고 우리는 환호한다.
록의 세상은 노래부르고 듣는 세상이 아니라
그들은 노래부르고 우리는 환호하는 세상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14일 서울 홍대 입구의 브이홀에서

기타리스트 둘의 몸이 종종 뒤로 젖혀 진다.
몸이 뒤로 젖혀지는 것은 록이 외침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외칠 때 우리의 몸은 뒤로 젖혀진다.
몸을 뒤로 젖혀야 우리의 외침을 앞으로 더욱 멀리 밀어보낼 수 있다.
그들은 종종 몸을 뒤로 젖혔다.
그때마다 그들의 외침이 우리 앞으로 더욱 강하게 밀려왔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14일 서울 홍대 입구의 브이홀에서

록은 폭발이다.
귀만 열어놓은 사람에게 그 폭발은 시끄러운 소음이 되기도 한다.
때문에 록을 들을 때는 귀만 열어놓아선 안된다.
온몸을 모두 열어놓아야 한다.
록의 세상은 온몸으로 다가오고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음악의 세상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14일 서울 홍대 입구의 브이홀에서

부드러운 속에 강함이 있고 움직이지 않는 가운데 움직임이 있듯이
록은 종종 폭발 속에 고요함을 갖고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14일 서울 홍대 입구의 브이홀에서

제프백은 말했었다.
자신은 기타 연주자가 아니라 사실은 진실과 마음을 연주하는 사람이라고.
아마도 제프백은 기타의 연주에 음의 진실과 마음을 담았던 것이리라.
그리고 그 음의 진실과 마음은 어느 기타리스트에게서나 예외가 없을 것이다.
기타의 음을 듣고 있는 동안 우리는 음의 진실과 마음에 휩쓸려 들어갔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14일 서울 홍대 입구의 브이홀에서

록은 뜨겁다.
조용히 흐를 때도
이미 그 안에 뜨거운 폭발력을 갖고 있다.
그러다 뜨겁게 폭발한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14일 서울 홍대 입구의 브이홀에서

때로 록은 앉아서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그러면 우리도 그 안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강약의 보행으로 길을 갈 때
속도를 늦추면 그것이 휴식이 되듯
록도 처음부터 끝까지 폭발로 일관하진 않는다.
때로 숨을 고르며, 그때면 듣는 이도 함께 숨을 고른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14일 서울 홍대 입구의 브이홀에서

록은 소리치고 외친다.
박수로 환호하는 것은 어느 음악에서나 있겠지만
외침을 주고 받는 것은 거의 록음악의 특권일 것이다.
심지어 관중들이 아무리 크게 소리질러도
록커는 들리지 않는다고 더 크게를 외친다.
“I can’t hear you!”
나는 딥 퍼플의 공연에서
관중들이 함께 그렇게 크게 smoke on the water를 외쳐도
들리지 않는다고 소리치던 보컬 이언 길런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록공연에선 외침이 몸을 가득채울 만큼의 데시벨은 넘어서기 전에는
절대로 귀에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더 크게, 더 많은 목소리를 모아 외친다.
그렇게 다함께 외치는 것이 록이다.
또 록은 우리를 일어서게 만든다.
그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아예 처음부터 서서 록을 듣는다.
의자를 내주어도 사람들이 의자를 버리고 일어선다.
우리들을 일어서서 외치게 하는 것이 록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14일 서울 홍대 입구의 브이홀에서

록은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한다기 보다
사운드를 쏟아낸다.
브로큰 발렌타인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이 사운드를 쏟아내면
사람들은 그 사운드에 몸을 싣고 물결이 된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14일 서울 홍대 입구의 브이홀에서

록은 치장한 소리라기 보다 날 것의 소리이다.
그래서 우리는 록의 현장에서 치장을 벗어버린 날 것의 소리를 듣는다.
가끔 벗어버린 소리에 맞추어 옷도 벗어버린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14일 서울 홍대 입구의 브이홀에서

멤버들을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명 한 명 소개해 본다.
우선 보컬 반(Van).
공연 시작 전에 보컬과 악수할 수 있었다.
지나는 그에게 손 내밀었더니 반갑게 손을 잡아주었다.
본명은 김경민.
음악을 본격적으로 하겠다고 다니고 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은 음악에 전념하고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14일 서울 홍대 입구의 브이홀에서

기타 변G.
본명은 변지환.
아마도 영문 G는 기타의 약자이리라.
성은 물려받은 것을 쓰지만 이름은 기타로 채우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베이스 성환과 형제 사이라고 들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14일 서울 홍대 입구의 브이홀에서

드럼 쿠파.
본명은 이성산.
드럼은 뒤쪽에 있어 사진찍기가 매우 어려웠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14일 서울 홍대 입구의 브이홀에서

기타 안수.
본명은 김안수이다.
빛이 날 정도로 잘 생겼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0월 14일 서울 홍대 입구의 브이홀에서

베이스 성환.
본명은 변성환.
그에겐 아름다운 아내가 있다.
그 아내는 자신을 록큰롤하는 사람의 아내라고 부른다.
결혼하고 나면 음악하는 사람에게서 음악이 밀려나고
그 자리로 생활이 밀려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여전히 그의 음악과 사랑하고 있었다.
그는 아름답고 착한 아내를 두었다.

공연장에서 그들의 CD를 한 장 샀다.
앨범의 제목은 Calling You이다.
그 중에서 화석의 노래와 Answer Me를 자주 듣고 있다.

**공연은 다음과 같이 열렸다
공연명: 브로큰 발렌타인 콘서트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쉬
공연 일시: 2011년 10월 14일 오후 8시 30분~10시 30분
공연 장소: 홍대입구 브이홀

6 thoughts on “록의 열기 속으로 – 브로큰 발렌타인의 공연

    1. 락 중에 헤비 메탈이라고 있잖아요.
      그게 이름만으로 보면 금속성이어야 하는데
      도시에서 금속으로 꿈꾸는 식물성이 롹이 아닐까 싶었어요.
      좋더라구요.
      워낙 많이 들어왔던 음악이라 친숙하기도 하고.
      사실 집에 누구오면 Foreigner의 Double Vision 틀어준다는.

  1. 로티플, 콘서트 타이틀이 인상적이네요.^^
    저는 록 공연은 볼 기회도 없고, 즐겨 듣지 않아 잘 모르지만,
    콘서트장의 열기는 현장에서 한 번쯤 느껴보고 싶긴 한데, 홍대 같은 덴 입장을 안 시키겠죠?^^

    1. 그런 거 없더라구요.
      그냥 누구나 다 입장시켜주구요.
      저보다 나이많아 보이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어요.
      그룹 리더의 부모님들도 오셨구요.
      두 시간 내내 서서 봤는데 마치 산에 갔다 왔을 때처럼 기분이 개운했어요.

    2. 사실 그날 갑자기 표한장이 남아서 G님께 연락을 드렸더니 시험 기간이라 못간다고 하더군요.
      기회되면 다함께 가보시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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