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곽과 인공 조명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10월 23일 서울 대학로의 낙산공원에서

아무도 몰랐다.
저녁이 되자 빛은 조용히 서쪽으로 퇴각하였다.
밤이 밀려들었으며
아래쪽으로 어둠을 채운 성곽은
어둠의 깊이를 아래쪽으로 내리면서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어느 순간,
성곽의 아래쪽에서 빛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더니
단숨에 성곽을 기어올랐다.
매복이었다.
서쪽으로 물러난 줄 알았던 빛이
성곽 밑에 매복을 남겨두었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
다행히 매복한 빛은 수직의 보행밖에 할 줄을 몰라
성곽을 오르긴 했으나 성곽의 안으로 타넘지는 못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10월 23일 서울 대학로의 낙산공원에서

8 thoughts on “성곽과 인공 조명

  1. 엇! 진짜 뜰기 말대로 이런 곳이 대학로에 있었어요?
    저도 오랜 동안 대학로에 일 하러 나갔었는데 전혀 몰랐어요
    빛을 받은 성곽 참 멋있어요!
    빛의 퇴각, 매복..둘다 매력적이네요…^^

    1. 지금쯤 아마 창경궁 단풍도 끝내줄 거예요.
      거기 단풍이 유난히 곱거든요.
      그리고 이곳 성곽 동네는 길가에 조각 작품도 설치해놓고 해서 걸을만해요.

    1. 서울도 지금이야 서울이지 옛날에는 많은 곳이 시골이었으니까요.
      여긴 대학로 뒤쪽인데 꼭 둘이 가야 해요.
      무슨 약속이라도 한듯 다들 커플로 오는 바람에.

  2. 퇴각과 매복, 전문용어가 정지된 화면에 움직임을 더해 주는군요.^^
    작년 이맘때 사진이니 올 가을엔 저도 저녁 나절에 꼭 가서
    빛의 흐름에 편승해야겠어요.

    1. 빛이 점령했다 퇴각하는 저녁, 옛날이면 한번 퇴각하면 아침까지는 그것으로 끝이었는데 요즘은 빛의 매복병이 너무 많아요. 심지어 북한산 꼭대기의 문들도 밤에 조명이 들어오는 것 같더라구요. 야경 사진이 멋지긴 한데 찍기가 너무 힘든 것 같아요.

  3. 빛도 넘어서지 못하는 곳. 멋진데요.
    서울 성곽길을 걸어보고 싶었는데 코스가 여럿 있어서
    걷기카페 회원으로 계신 지인께 부탁했더니 흔쾌히 동행해주시겠다고 하셨어요.
    사진을 보니 이주후가 좀 기대되요. ^^

    1. 도시의 인공조명은 모두 매복한 빛이란 생각이 들었지 뭐예요.
      매복했던 빛들이 밤이면 성곽을 넘는 세상이 우리 사는 세상이죠.
      같은 불이라도 시골의 집을 밝히고 있는 불은 느낌이 다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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