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장 선거를 하루 앞둔 10월 25일,
전화벨이 급하게 울렸다.
전화기를 들었더니 전화기 속의 목소리가 이렇게 말한다.
“여기는 일번입니다.”
선거 운동인가 보다 했다.
“아, 예, 그러시군요. 잘 알았슈.”
그리고는 전화를 뚝 끊어 버렸다.
그런데 전화를 끊는 순간 아차 싶었다.
말이 좀 어눌하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혹시 일번이 아니라 일본이 아니었을까.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여기는 일번입니다.”
다시 어눌한 어투로 같은 말이 반복된다.
“Oh, I’m sorry. Just a wait please.”
전화기를 곧바로 딸에게 넘겼다.
일본에서 온 전화였다.
딸이 휴학하기 전
일본에서 장학금을 받는 곳이 두 곳이었는데
그 중의 한 곳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휴학한 내용을 이메일로 알려달라는 전화였다고 한다.
딸은 전화 건 사람이 일본에 유학온 중국인이라고 했다.
이번 서울 시장 선거 때문에 나에게도 별일이 다 생겼다.
어떤 사람은 일억으로 헷갈리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딸을 일본에서 불러들였는데
비록 일본을 일번으로 헷갈리면서
좀 미안하게 전화를 끊어버린 헤프닝이 있기는 했지만
기분좋게 선거가 마무리되었다.
세상은 젊은 사람들이 바꾸어간다는 것을 확인한 날들이기도 했다.
그냥 영어를 쓰지 우리 말을 쓰니까 더 햇갈리는 경험이기도 했다.
그래도 이번 선거의 와중에 내 기억에 남은 좋은 추억 하나가 되었다.
8 thoughts on “일본과 일번”
ㅎㅎㅎ..
선거가 별일을 다 만드네요.
어쨌거나 잘 마무리가 되어서 기분은 좋아요.
나도 그런 경험이 있어.
어눌한 말투로 누구 전화아니냐고 하더라구.
그래서 아니라고 했는데 또 전화가 온거야.
좀 짜증이 나서, 아니라고 짜증을 내고 끊었는데…
그때 아, 이 사람이 말을 어눌하게 하는 친구구나… 하는 생각이 미치더라구.
그때 어찌나 미안하던지.
그래서 좀더 생각하다가 다시 내가 전화해서 미안했다,
잘 못알아듣고 장난 전화인 줄 알았다 했더니,
자기는 괜찮다고, 그런 일 많다고 하는거야.
어찌나 미안했던지…
이 글을 보니 그때 생각이 나네.ㅜㅜ
아마도 이번에 전화한 친구는 한국말을 누구에게 적어달라고 한 듯 싶어.
여기는 일본입니다. 누구누구 바꿔주세요 요것만 가르쳐 달라고 한 뒤에 전화를 했는데 일본이 그만 내 귀에 일번으로 들린 거지.
선거 때 아니면 괜찮았을 듯 싶은데 선거 때라 더욱 헷갈린 것 같기도 해.
두번째 전화오니까 많이 미안하긴 하더라.
시민들이 큰일을 해낸 하루였죠. 저는 삼십 여년은 시민으로, 그후 이십 년
가까이는 도민이라 지켜볼 수밖에 없었는데, 변화가 일어나 참 다행이에요.
개표방송을 보면서 식구들이 BBK, 아니 BBQ로 조촐하게 축하했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려 배달된 걸로 봐 불티가 났던 것 같아요.
참, 전화기가 오랜만에 보는 추억의 맥슨이군요.
스포츠 중계보다 더 긴장되더라구요.
제가 사는 강동에서도 이겨서 더욱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곳이 내리 보수적 성향을 보이다가 촛불 때 돌아선 지역인데
이번에도 강남권에서 벗어나 한방을 먹여준 것이 아주 뿌듯했습니다.
BBK, 요거 아직도 뜨거운 감자예요. ㅋ
금융 사기는 사기치는 놈이 나쁜 놈이긴 하지만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도 약간은 책임이 있는 듯 싶다는.
엄청난 수익을 내준다는 말에 홀라당 넘어가니 말이야.
사기꾼을 대통령으로 뽑아놓으니 5년 동안 완전 생고생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