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기 나무의 꽃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4월 21일 서울 능동의 어린이대공원에서

사실 흔한 나무나 꽃이 아니면
그 이름을 잘 알지 못한다.
대부분은 일단 찍어갖고 온 뒤에
인터넷을 뒤져서 그 이름을 알아내곤 한다.
그런데 그렇게 이름을 알아도 곧바로 잊어먹을 때도 있다.
어느 날 꽃을 검색하는데 내 블로그가 튀어나온 적도 있었다.
알고 보니 어느 날 사진을 찍어갖고 온 뒤에
그 이름까지 적어 블로그에 올렸는데
그만 그것을 끝으로 이름을 잊어버리고 만 것이었다.
한 3년 뒤에 이름을 챙기는 경우도 있었다.
이름은 몰라도 형상은 머리 속에 강한 이미지로 박혀있곤 했다.
그런데 한번 본 뒤로 그 이름까지 정확히 알고 있는 나무가 있다.
박태기 나무이다.
내가 사는 동네에 우성아파트라는 아파트가 있고
그 아파트에 이 나무가 있다.
그 아파트는 이 나무를 비롯하여 여러 나무들에 명찰을 달아
나무의 이름을 확실하게 일러주고 있다.
매년 꽃필 때마다 그 아파트를 어슬렁거리며 사진을 찍었고
그때마다 마주하는게 박태기 나무여서
그 이름 하나는 확실하게 익혔다.
꽃이 예뻐 눈길을 강하게 끄는 점도
한번보고 이름을 기억해두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 나무는 꽃뿐만이 아니라 잎의 모양도 익혀놓았다.
하지만 아직 열매의 모습은 챙기질 못했다.
어쨌거나 꽃이 필 때의 박태기 나무에선
꽃들이 노래를 부른다.
노래를 부를 때면
진한 보라빛 입 속에서 노란 목젓이 보인다.
진한 보라빛 입을 벌려
노란 목젓을 보이도록 노래 부르는 나무,
그리고 그때마다 꽃이 피는 나무가
바로 박태기 나무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4월 21일 서울 능동의 어린이대공원에서

4 thoughts on “박태기 나무의 꽃

  1. 호접란처럼 난초계열의 꽃같아보였는데 아닌가보네요. 노란 목젖이 저리 나올 정도면 사진찍으실 때 엄청 시끄러우셨겠다.^^

    1. 아무래도 락커가 아닐까 싶기도..
      이 꽃이 무지 작아요.
      거의 새끼 손톱만하다고 보시면 될듯.
      호접란은 무지 크잖아요.
      항상 보컬만 봤는데 다음엔 드러머와 기타리스트는 없나
      눈여겨 봐야 겠어요.

  2. 한 번 들으면 저같은 꽃맹, 나무맹도 잊어버리지 않을 이름이군요.
    꽃만 올리셔서 나무는 어떻게 생겼나 궁금해서 검색해 보니
    밥티기, 밥풀대기 등 재밌는 유래를 갖고 있는 나무네요.

    1. 이름 알아가는 재미도 괜찮은 것 같아요.
      한번으로는 어렵고 몇 번 챙겨야 기억이 되더군요.
      박태기 나무는 예전에 살던 집앞에도 누가 심어놓는 바람에
      더더욱 확실하게 기억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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