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흔한 나무나 꽃이 아니면
그 이름을 잘 알지 못한다.
대부분은 일단 찍어갖고 온 뒤에
인터넷을 뒤져서 그 이름을 알아내곤 한다.
그런데 그렇게 이름을 알아도 곧바로 잊어먹을 때도 있다.
어느 날 꽃을 검색하는데 내 블로그가 튀어나온 적도 있었다.
알고 보니 어느 날 사진을 찍어갖고 온 뒤에
그 이름까지 적어 블로그에 올렸는데
그만 그것을 끝으로 이름을 잊어버리고 만 것이었다.
한 3년 뒤에 이름을 챙기는 경우도 있었다.
이름은 몰라도 형상은 머리 속에 강한 이미지로 박혀있곤 했다.
그런데 한번 본 뒤로 그 이름까지 정확히 알고 있는 나무가 있다.
박태기 나무이다.
내가 사는 동네에 우성아파트라는 아파트가 있고
그 아파트에 이 나무가 있다.
그 아파트는 이 나무를 비롯하여 여러 나무들에 명찰을 달아
나무의 이름을 확실하게 일러주고 있다.
매년 꽃필 때마다 그 아파트를 어슬렁거리며 사진을 찍었고
그때마다 마주하는게 박태기 나무여서
그 이름 하나는 확실하게 익혔다.
꽃이 예뻐 눈길을 강하게 끄는 점도
한번보고 이름을 기억해두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 나무는 꽃뿐만이 아니라 잎의 모양도 익혀놓았다.
하지만 아직 열매의 모습은 챙기질 못했다.
어쨌거나 꽃이 필 때의 박태기 나무에선
꽃들이 노래를 부른다.
노래를 부를 때면
진한 보라빛 입 속에서 노란 목젓이 보인다.
진한 보라빛 입을 벌려
노란 목젓을 보이도록 노래 부르는 나무,
그리고 그때마다 꽃이 피는 나무가
바로 박태기 나무이다.
4 thoughts on “박태기 나무의 꽃”
호접란처럼 난초계열의 꽃같아보였는데 아닌가보네요. 노란 목젖이 저리 나올 정도면 사진찍으실 때 엄청 시끄러우셨겠다.^^
아무래도 락커가 아닐까 싶기도..
이 꽃이 무지 작아요.
거의 새끼 손톱만하다고 보시면 될듯.
호접란은 무지 크잖아요.
항상 보컬만 봤는데 다음엔 드러머와 기타리스트는 없나
눈여겨 봐야 겠어요.
한 번 들으면 저같은 꽃맹, 나무맹도 잊어버리지 않을 이름이군요.
꽃만 올리셔서 나무는 어떻게 생겼나 궁금해서 검색해 보니
밥티기, 밥풀대기 등 재밌는 유래를 갖고 있는 나무네요.
이름 알아가는 재미도 괜찮은 것 같아요.
한번으로는 어렵고 몇 번 챙겨야 기억이 되더군요.
박태기 나무는 예전에 살던 집앞에도 누가 심어놓는 바람에
더더욱 확실하게 기억하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