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의 상처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9월 11일 강원도 정선의 화암약수터에서

길은 좀더 빨리 가려는 우리의 욕망이다.
속도에 대한 우리의 욕망이 길을 만든다.
길을 갈 때면 그래서 우리의 욕망도 함께 달린다.
그 욕망의 길에 상처가 났다.
여기저기가 뜯겨져 나가면서 파였고
그 상처에 빗물이 흘러들었다.
빗물이 흘러든 길의 상처에서
놀랍게도 푸른 생명이 고개를 들었다.
길의 상처가 우리에게 속삭인다.
살려고, 좀더 잘 살려고 정신없이 달렸지?
설마 죽으려고 이렇게 길을 닦고 달리기야 했겠어?
하지만 이제 속도를 좀 낮춰.
속도가 오히려 생명을 짓밟아.
살려고 달리는데 그 속도가 알고보면
온세상을 죽음으로 짓밟지.
그러니 정말 살려면
생명들도 함께 달릴 수 있도록 속도를 낮추어봐.
너무 빠른 속도는 너만 달리고
다른 생명은 모두 짓밟아 버리지.
그러니 함께 살고 싶은 세상을 원한다면
이제는 천천히 속도를 낮추어봐.
길의 상처에서 생명들이 자꾸만 속삭였다.
속도를 줄이라고.
길은 천천히 걸어가야할 길이었다.

4 thoughts on “길의 상처

  1. 우리 어깨 부비며
    함께 걸어온 길
    너 없이 걷노라면
    균열진 마음 길따라
    물밀져오는 추억의 연어떼
    연어떼들…

    1. 작고 푸른 연어떼군요.
      올해 유난히 비가 많았는데
      아마도 비를 타고 추억을 거슬러 오른 연어떼는
      만나기가 쉽지 않은 듯 싶어요.
      올해 정선 여행이 유난히 좋았던 여행이란 생각이 드네요.

  2. 그저 모양새나 방향만 있어 타자로 존재했을 길에
    욕망과 상처 그리고 생명을 부여하시니
    더불어 함께 보듬고 걷고 싶은 동행이 되었습니다.

    1. 정선은 영월에서 살 때 하도 가기가 험해서 거의 가보질 않다가 요즘 들어 오히려 더 자주 가는 것 같아요. 갈 때마다 참 좋은 곳이란 생각이 절로 들어요. 오늘 오후에는 가까운 수락산이라도 가볼까 생각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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