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도 집에 있을 때면
거의 모든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보낸다.
컴퓨터는 비슷한 듯해도 살펴보면
거의 모두가 제각각의 컴퓨터를 쓴다.
나도 나만의 컴퓨터를 장만해서 쓰고 있다.
내 컴퓨터와 그 컴퓨터가 구축하는 세상을 한번 살펴본다.
컴퓨터 본체이다.
용산에서 주문해서 구입한 용산표이다.
맥을 사고 싶었지만 너무 비싸서 내가 택한 차선책이었다.
만약에 이런 데스크톱형 맥을 산다고 하면
가장 싼 것을 골라도 350만원 정도의 돈이 있어야 한다.
이 컴퓨터는 조립하는데 120만원이 들었다.
물론 350만원짜리 맥만큼 성능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당히 쓸만하다.
컴퓨터 본체는 그냥 몸뚱이에 불과하다.
인간은 몸뚱이 하나로 벌어먹고 살 수 있지만
컴퓨터는 몸뚱이 하나로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컴퓨터 몸뚱이가 제 구실을 하려면
그 안에 그 몸뚱이만의 문화를 갖추어야 한다.
우리는 그것을 OS, 그러니까 운영체제라고 부르는데
그 몸뚱이를 움직이는 문화에 따라 컴퓨터 환경이 크게 달라진다.
한국 문화가 한국만의 독특한 환경을 만들어 내듯이
컴퓨터는 본체를 움직이는 OS에 따라 환경이 달라진다.
보통 이런 용산표 컴퓨터에는
윈도라고 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문화체계가 심어져 있다.
나는 그것이 싫어서 이 컴퓨터에 애플의 맥 OS를 받아들였다.
그 일이 쉽지가 않아서 실패를 거듭하면서 3일 동안 씨름을 했던 기억이다.
가장 최근의 맥 OS는 10.7이지만
이 컴퓨터의 운영체제는 10.5.8에서 멈추어 있다.
업그레이드를 시키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아서 이다.
보통 컴퓨터 몸뚱이는 그 성능을 일처리 속도로 표시하는데
이 컴퓨터는 2.4GHz의 코어 2 쿼드 프로세서를 장착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상당히 빠른 편이다.
겉은 살 때와 똑같지만 속은 많이 바뀌었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속에 블루레이 레코더가 장착되어 있다.
생긴 것은 CD나 DVD와 똑같이 생긴 블루레이 디스크라는 것을 사용하면
자료를 한장에 50기가까지 담아서 구을 수가 있다.
가격이 내리는 것을 봐두었다가 올해 구입해서 장착했다.
아울러 요즘 컴퓨터는 3.5인치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가 없는데
이 컴퓨터에는 그것이 달려있다.
이것도 원래는 없었는데
쓰다가 버린 옛날 컴퓨터에서 뜯어서 이 컴퓨터로 옮긴 것이다.
컴퓨터의 몸뚱이는 비교적 간단하게 뜯어서 수술이 가능하며
피도 한방울도 나질 않는다.
이 컴퓨터도 전원이 나가서 전원 장치를 한번 교체한 적이 있다.
물론 전원 장치 수술후 곧바로 깨어났다.
모니터.
컴퓨터는 몸뚱이 뿐이어서 표정을 살필 수가 없다.
그래서 모니터가 컴퓨터의 얼굴 표정을 대신한다.
사람들은 종종 이 모니터를 컴퓨터로 오인한다.
그래서 모니터를 보고는 우와, 이 컴퓨터 무지 좋네라고 말할 때가 많다.
컴퓨터의 세계에서도 얼굴 마담이 마치 제가 컴퓨터인양 사람들은 홀린다.
나는 모니터를 두 대 사용하고 있다.
얼굴이 두 개인 셈이다.
사람들은 얼굴이 크게 나오면
얼큰이니 뭐니 하며 아주 싫어하지만
컴퓨터 세상에선 정반대이다.
얼굴이 클수록 좋고 미인이다.
나는 27인치 얼굴과 19인치 얼굴을 이용하고 있다.
19인치 얼굴은 세로로 세워져 있다.
얼굴을 90도 꺾은 셈이다.
이렇게 세로로 돌릴 수 있는 모니터도 흔하지 않다.
이거 사용하다가 잘못돌리면 그에 맞추어 표정을 돌리는게 아주 어렵다.
모니터가 돌아가도 표정은 그대로 있으면 좋겠는데
모니터가 돌아가면 표정도 함께 돌아가 버린다.
표정이 옆으로 눕는 사태가 발생하면 모든 움직임도 바뀌어 버려
표정을 돌아간 모니터에 맞추는 것이 아주 어렵다.
맥 OS에선 모니터가 돌아가지 않아도
속의 표정은 각도를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호기심에 얼굴 속의 표정 각도를 바꾸어 보았다가
몇 번 얼굴을 더듬거리며 표정을 바로 세우려고
땀을 삐질삐질 흘린 기억이 있다.
키보드.
컴퓨터가 우리 말을 못알아들어 말을 하려면
항상 이 자판을 두들겨서 교신을 해야 한다.
우리는 마치 모르스 부호를 송신하듯
키보드를 두드려 우리가 전하고 싶은 것을 컴퓨터에 타전한다.
그런데 이 자판 교신법이 의외로 편할 때도 많다.
가장 편할 때는 입에 뭘 물고도 손으로 교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계속 떠들면서 교신을 하면 목도 아프고 시끄러울 수도 있는데
그런 점에서도 키보드 교신법은 상당히 괜찮은 교신법이다 싶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떠나 키보드 교신법의 가장 좋은 점은
거의 모든 교신이 기록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나중에 나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발뺌하기가 거의 불가능이다.
가끔 우리들 인간들 사이의 교신도
키보드 교신법으로 바꾸는게 어떨까 싶을 때도 많다.
말로 하는 교신법은 녹음을 해두지 않는한 공중으로 증발하여 오해가 너무 많다.
키보드는 종류가 많은데 이건 애플의 디자인 키보드라는 것이다.
좀 오래된 것인데 손에 익어서 계속 이것을 사용하고 있다.
교신법이 특수하여 처음에는 교신법을 익히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마우스.
이 마우스는 마이티 마우스라고 부른다.
키보드와 함께 이것도 교신에 이용된다.
컴퓨터는 무엇인가를 꼭 집어 줘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걸로 꼭꼭 집어준다.
그렇다고 쪽집게 도사는 아니다.
가끔 엉뚱한 데를 꼭꼭 집어주다 낭패를 불러오기도 한다.
지금까지 나온 마우스 가운데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마우스가 바로 이 마이티 마우스이다.
좋아하는 이유는 가운데 있는 휠 때문이다.
이 휠은 작은 바퀴이기도 하지만 아울러 버튼이기도 하다.
꼭 누르면 버튼처럼 눌러진다.
이 휠버튼에 명령을 하나 집어넣을 수 있다.
애플에서 새로 내놓은 매직 마우스는 이 휠 버튼이 없다.
나에겐 이 휠버튼만큼 유용한 것이 없다.
가끔 성인답게 성인에 어울리는 것을 즐기는 나로서는
급하게 창을 닫아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만큼 이 휠버튼이 유용한 경우가 없다.
스피커.
컴퓨터는 입도 없다.
그래서 말도 못한다.
뛰어난 노래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노래도 부를 수가 없다.
그래서 컴퓨터에는 따로 입을 달아주어야 한다.
나는 컴퓨터의 입으로 브리츠 스피커를 달아주었다.
사진의 스피커는 2.1 채널 스피커에서 우퍼 부분이다.
저음을 담당하는 스피커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물론 중음과 고음을 담당하는 스피커가 따로 있다.
이 스피커는 올해 구입했는데 아주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16만원짜리와 9만원짜리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9만원짜리로 구입했는데
아직도 그때 16만원짜리를 살 것 그랬나 하고 약간 후회를 하고 있다.
9만원 투자해서 좋은 사운드를 얻으니까
더 좋은 사운드에 자꾸 욕심이 난다.
앰프가 독자적으로 딸려있는 모델이다.
외장 하드 디스크.
컴퓨터 몸뚱이는 일을 하는 몸이기도 하지만
또 거대한 창고이기도 하다.
박스 형태로 생겨서 실제로도 생긴 것을 보면
무엇인가를 담아두는 창고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 창고가 가득차서 바깥에 마련한 창고가 외장 하드 디스크이다.
나는 창고가 좀 많다.
사진이 취미라서 사진을 저장해놓는 창고가 좀 크다.
물론 겉으로 봐선 어느 것이 크고 어느 것이 작은 것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컴퓨터의 창고는 속으로 커질 뿐 겉으로 커지는 법이 없다.
USB 허브.
바깥의 창고와 컴퓨터를 연결해주는 통로이자 길이다.
우리는 흔히 똑똑한 사람을 가리켜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안다고 하는데
이 작은 기기 또한 그만큼 똑똑한 기기이다.
컴퓨터 본체에서 USB 선 하나를 빼주면
이 USB 기기는 7개의 기기를 추가로 연결해준다.
하나를 알려주면 일곱을 아는 기기이다.
보통 똑똑한 기기가 아닌 셈이다.
허브.
허브는 다른 세상으로 가는 문이자 통로이다.
보통의 일반 집에선 인터넷 라인이 곧장 컴퓨터로 연결되는데
우리 집은 이 부분이 좀 복잡하게 되어 있다.
그건 우리 집이 IP TV로 텔레비젼 방송을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IP TV는 인터넷 라인을 이용하여 방송을 보낸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이 허브를 설치하여
일단 인터넷 라인을 이 허브로 받아들이고
여기서 각각의 텔레비젼과 컴퓨터로 다시 인터넷을 분배하고 있다.
그러니까 여기서 컴퓨터로 가는 문과 텔레비젼으로 가는 문이 나뉘어진다.
인터넷 공유기와 또다른 허브.
뿔이 두 개 달려있는 녀석이 공유기이다.
뿔 두 개는 무선 안테나이다.
뿔이 많을수록 비싸고 무선 성능이 좋은데
나는 뿔 하나와 셋 사이에서 둘로 타협을 보았다.
우리 집은 기본 허브에서 나온 인터넷 라인이
곧바로 컴퓨터로 가질 않는다.
컴퓨터가 한 대가 아니어서 인터넷 회선 하나로는 부족하고
또 아이폰을 비롯하여 무선 기기들이 있어서
인터넷을 무선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 때문에 인터넷은 컴퓨터로 연결되기 전에
중간에 인터넷 공유기를 한번 더 거친다.
말하자면 바깥 세상으로 가는 문이 하나 더 있는 셈이다.
기본 허브가 현관문이라면 이건 각 방의 방문이다.
이 기기를 거쳐 인터넷이 컴퓨터로 들어오고
이 기기를 거쳐 컴퓨터가 인터넷 세상으로 놀러나간다.
말하자면 우리 집의 컴퓨터는 세상으로 가려면 문을 두 개 거친다.
그런데 또다른 허브 하나가 인터넷 공유기와 연결되어 있다.
허브의 포트가 부족할 때 쓰는데 거의 사용하는 법이 없다.
항상 켜 있는 것은 한 대나 두 대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끔 실험하려고 옛날 컴터들을 가동할 때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이 허브를 설치하여 충분하게 포트를 확보해 두었다.
또 사용하지 않아도 다른 방에 일단 회선을 넣어두어야 하기 때문에
이 허브가 필요하기도 했다.
요즘은 이 방 저 방 돌아다니며 컴퓨터를 쓰게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때 유선으로 빠르게 인터넷을 쓰려면 이렇게 하는 수밖에 없다.
이 허브와 공유기는 크로스 케이블로 연결되어 있다.
처음에는 다이렉트 케이블로 연결했는데 작동이 되질 않았다.
그때 알게 되었다.
이 허브를 구입하는 것이 꽤 오래 되었다는 것을.
요즘 허브는 똑똑해서 그냥 아무 선이나 꽂으면 된다.
화상 카메라.
컴퓨터는 눈이 없다.
눈이 없으니 나를 누구에게 보여줄 수가 없다.
그래서 눈을 달아주었다.
외눈박이 눈이라 무서울 법도 하지만 이 화상 카메라는 귀엽다.
컴퓨터에 눈이 생기면서 일본에 있는 딸과 종종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역시 얼굴보면서 얘기 나누면 충족감이 다르다.
얘는 눈이기도 하지만 아울러 귀이기도 하다.
마이크가 함께 내장되어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말을 아주 잘 전달한다.
들은 그대로 전달하며 말이 끊기는 경우는 있어도
아로 들은 말을 어로 전달하는 경우는 없다.
컴퓨터 본체는 몸뚱이이자 창고이며 얼굴없는 머리이다.
모니터는 컴퓨터의 얼굴이다.
컴퓨터는 모니터를 통하여 표정으로 말을 한다.
키보드는 컴퓨터와의 교신기이다.
마우스는 필요할 때마다
컴퓨터에게 무엇인가를 꼭꼭 집어서 알려주는 쪽집게 같은 것이다.
스피커는 컴퓨터의 입이다.
허브와 인터넷 공유기는 컴퓨터만 사용하는 세상으로 가는 문이다.
외장 하드 디스크는 바깥에 마련한 창고이다.
USB 허브는 창고까지 드나들 때 사용하는 전용 통로이다.
카메라와 마이크는 컴퓨터의 눈이자 귀이다.
우리는 한 몸에 거의 모두를 갖추고 살고
컴퓨터는 몸뚱이와 얼굴없는 머리를 중심으로
얼굴과 눈, 귀를 모두 따로 두고 산다.
요즘은 아이맥이라고 몸뚱이를 얼굴 뒤로 두고
우리처럼 눈과 귀를 모두 한 몸에 갖춘 기종이 있다.
그녀가 사용하고 있는데 물론 무지 비싸다.
8 thoughts on “컴퓨터, 그들의 세상”
우와
전 그저 다 만들어진 컴 갖다가 쓰니
아무것도 몰라요.
이런 걸 우째 그래 다 알아요? ㅎ
의인화된 컴
재미있습니다.
가끔 버스타고 가다 보면 요즘은 버스 안의 기둥이 하도 많아서
마치 공룡 속에 타고 달리고 있다는 기분도 들더라구요.
탈 때 입으로 삼켜서 내릴 때 싸버리는 느낌이랄까. ㅋㅋ
디지털은 대개 아날로그의 구현이어서 이전의 우리 삶하고 비슷한 점이 많은 듯 싶어요.
녀석들 모두 자기가 제일이라고 우기는 듯^^. 그중 화상카메라가 삐딱하게 웃으며 꽤나 잘난 척을 하고 있네요. “너희들은 행복한 거야. 가치를 찾아주는 주인과 함께 하니까. 게다가 아플 때 고쳐주기도 하잖아. 털보 의사를 만난 게 행운이라구.”
재밌고 유익하게 읽고 갑니닷. 즐건 하루요.
제일 사랑받는 것은 사실은 스피커예요.
음질이 제법 좋거든요.
노래를 잘 불러서 많이 이뻐해 주고 있어요.
그래도 뽀뽀는 안해줍니다. ㅋㅋ
저같은 사람에게 딱 좋은 컴퓨터 교양강좌 1장 1절이네요.
다음에 1장 2절도 한 번 정리해 주세요.^^
매뉴얼들도 이렇게 설명해 주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얘네들과 친절해졌을 텐데 말입니다.
컴퓨터 본체의 내부도 재미나게 설명할 수 있을 듯 싶어요.
거의 인체에 비유하던가 하면서 말예요.
대부분의 컴퓨터가 인간이 하던 작업을 대신하고 있기 때문에
그냥 딱딱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지 않나 싶어요.
계속 집에만 있으니까 할 얘기가 없어서
이런 얘기들까지 하게 되네요.
아쉽게도 코가 빠져 버렸네요. …
코로 숨쉬니까.. 그건 전원 포트 아닐까 싶어요.
몸뚱이에 코가 달린 걸로.. 그것도 뒤통수에.. ㅋㅋ